찬찬쓰기



  알아듣기 좋도록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이끌기에 찬찬글을 편다. 알아듣기 좋도록 차근차근 밝히면서 이야기를 하기에 찬찬말을 들려준다. 알아듣기 좋도록 가만히 기다리기도 하고 말씨를 늦추니 찬찬질이 즐겁다. 찬찬쓰기를 하면서 찬찬히 생각을 가꾸니 서로 생각을 살찌운다. 이와 달리 알아듣기 안 좋도록 서두르거나 다그치니 설렁글을 쓴다. 알아듣기 안 좋도록 건너뛰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니 설렁말을 읊는다. 알아듣기 안 좋도록 말이 너무 빠른데다가 기다리는 일이란 없이니 설렁질이 재미없고 싫다. 설렁쓰기를 하는 동안 글쓴이도 읽는이도 머리나 마음이나 생각에 아무것도 안 남는다. 2018.1.2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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