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저녁에 나는 작은아이 바지를 기웁니다. 큰아이는 스스로 제 바지를 기웁니다. 큰아이하고 나는 마주앉아서 바느질을 하고, 작은아이는 장난을 치면서 놀다가 먼저 자리에 눕습니다. 큰아이는 다른 심부름까지 하고서야 잠자리에 들고, 나는 하루 일감을 마무리지을 때까지 옆방에서 작은 등불을 켭니다. 비로소 일손을 마무리짓고 나니 어느새 열한 시가 넘습니다.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를 마저 합니다. 기지개를 켜고 물 한 잔을 마십니다. 앞으로 우리 집이 한결 널찍해서 이것저것 펼쳐서 느긋하게 살림을 가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이마를 쓸어넘깁니다. 나도 곧 아이들 곁에 누워야지요. 조용한 겨울밤이 흐릅니다. 별빛이 매우 곱습니다. 2018.1.1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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