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가 글쓰기



  말을 하다가 문득 멈추고서 공책을 펼쳐서 내 말을 적어 본다. 내 입에서 흘러나온 이 말이 내가 돌아보기에도 퍽 좋구나 싶어, 이 말을 흘리고 싶지 않기에 하나하나 적어 본다. 내가 한 말을 공책에 가만히 옮겨적으면서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해 본다. 내 말을 듣던 분은 조용히 기다려 준다. 앞서 한 말을 글로 옮기면서 새롭게 갈무리해서 이야기를 해 본다. 내 말을 들어 주는 분으로서도 다시 찬찬히 생각을 틈이 나고, 이웃님한테 말을 들려주는 나로서도 새롭게 생각을 여밀 말미를 누린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려고 말을 하거나 글을 쓴다. 우리는 이야기를 깊으면서 넓게 가꾸려는 마음으로 말을 짓거나 글을 가꾼다. 2018.1.7.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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