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3.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1》

유루리 마이 글·그림/정은지 옮김, 북앳북스, 2015.4.15.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비질을 하고 살림을 건사하다가 힘이 쪼옥 빠지곤 한다. 할 일이 꽤 많으니까.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집살림을 가꾸는 길에 즐거이 힘을 쓰기에 집에서 느긋할 수 있다. 집에서 힘을 쓰지 않으면 집이 어지러울 테고, 집밥이 맛없으며 으레 집 바깥으로 나돌고 싶겠구나 싶다. 밥을 짓다가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1》를 읽는다. 비질하고 걸레질을 하다가 더 읽으며, 등허리를 펴려고 가만히 누워서 마저 읽는다. 만화책에 나오는 아주머니는 스스로 ‘버리기 마녀’라고 이름을 붙이지만, ‘버리기 마녀’라기보다는 ‘넉넉하며 즐거운 내 보금자리에서 홀가분하게 하루를 누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지 싶네. 이녁 기운을 집 바깥에서 얼마 안 되는 돈을 버느라 쓰기보다는, 집에서 넉넉하고 느긋하게 쓰고 싶은 마음을 내내 읽는다. 그렇다. 하루를 어디에서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집이 달라진다. 살림이 달라진다. 마음이 달라진다. 이뿐 아니라 생각하고 사랑까지 달라진다. ‘버리기·치우기’보다는 ‘갈무리·건사’라는 낱말을 혀에 얹어 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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