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미술관에 놀러 오세요! - 예술을 사랑한 사업가 헨리 테이트 다큐멘터리 인물그림책
브루스 잉먼 지음, 김배경 옮김, 조장은 감수 / 책속물고기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77


아름다운 그림이 사업가 마음을 사로잡더니
― 누구나 미술관에 놀러 오세요!
 브루스 잉먼 글·그림/김배경 옮김
 책속물고기, 2017.8.10. 13000원


  《누구나 미술관에 놀러 오세요!》(책속물고기, 2017)는 그림책입니다. 저는 그림책을 매우 사랑하는 터라 아이를 낳기 앞서도 그림책을 사읽었고, 두 아이하고 살면서도 그림책을 꾸준히 사읽는데요, 《누구나 미술관에 놀러 오세요!》는 ‘다큐멘터리 인물그림책’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읽으며 이런 이름, ‘다큐멘터리 인물그림책’에는 매이지 않습니다. 그저 그림책이 사랑스러워서 집어들어 읽습니다. 그저 사랑스러운 그림책이겠거니 하고 읽는데, 이러다가 여러 차례 놀랍니다.


그다음에는 설탕 공장을 세웠어요.
먹기 편한 각설탕을 만들었더니,
사람들한테 아주 많이 팔렸지요.
……
그러던 어느 날, 내 인생이 바뀌었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나서부터요. (8∼11쪽)


  《누구나 미술관에 놀러 오세요!》에 나오는 사람, 그러니까 이 그림책이 다루는 사람은 어릴 적에 ‘부지런히 일하기를 좋아했다’고 해요. 아이가 부지런히 일하기를 좋아하다니? 그럴 수 있느냐고 물을 분이 있을 텐데, 참말로 아이는 늘 부지런하다고 느껴요. 처음에는 노느라 부지런하고, 다음에는 ‘어버이 살림을 살피면서 어떤 심부름을 하면서 집안일을 거들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기에 부지런하지 싶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분은 어릴 적에 ‘밭일 부지런쟁이’였다고 합니다. 1800년대 영국이라면 한국도 비슷하지만, 아무래도 도시이건 시골이건 들이나 숲이나 밭이 넓었으리라 느껴요. 1800년대 영국 아이 하나는 바지런히 제 텃밭을 일구어 남새를 거두었다 하고, 길에서 팔았다 하며, 스무 살쯤 이르러 ‘남새 가게’를 열었다고 합니다.

  대단하지요. 스스로 집살림을 거들고, 스스로 바지런히 밭일을 하다가 남새 가게까지 열었으니까요. 그런데 바지런은 멈출 줄 몰랐대요. 남새 가게를 하나둘 늘렸고, 목돈이 모이자 설탕 공장을 차렸다는군요.


덩달아 미술관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내가 미술관에 얼마나 자주 갔는지 상상도 못 할걸요?
세상에는 멋진 그림과 조각품이 참 많았어요. (14∼15쪽)


  바지런한 사람은 여느 때에는 무엇을 할까요? 일하며 돈을 버느라 바지런하기만 하던 사람은 여느 자리에서는 무엇을 즐길까요? 어쩌면 일이나 돈을 빼고는 눈에 잘 안 들어올 수 있어요. 일하거나 돈을 버는 데 말고는 참말로 마음을 안 쓸 수 있을 테고요.

  그런데 앞만 보고 달리던 한 사람은 어느 날 문득 ‘그림’을 보았대요. 아마 그때까지 그림이 아닌 ‘일하기·돈벌기’에만 마음을 쏟았고, 일하고 돈 아니고는 하나도 안 보였으리라 느껴요. 책 읽을 틈이 없었을 수 있고요.

  이런 일벌레나 돈벌레인 분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본 그림’을 보고서 깜짝 놀랐대요. 저도 그림책에서 이 대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만 알던 사람이 어떤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기에 발걸음을 멈출 수 있었을까요? 일하고 돈만 바라보며 앞길을 내달리기만 하던 사람이 참말로 어떤 그림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꼈기에, 이날 뒤로는 미술관 나들이를 그토록 즐기는 사람으로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훌륭한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집을 미술관처럼 열기로 했지요. (18쪽)


  그림책 《누구나 미술관에 놀러 오세요!》에 나오는 사람은 ‘헨리 테이트’라고 합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 이름을 처음 듣습니다. 이분 헨리 테이트는 처음에는 그냥 ‘돈을 잘 버는 사업가’였지만, 아름다운 그림에 마음이 사로잡힌 뒤로는 아름다운 그림하고 조각을 하나둘 사모았고, 나중에는 이 아름다운 그림하고 조각을 혼자만 즐길 수 없다고 여겨서 ‘살림집을 미술관으로 삼아서 누구한테나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오늘날로 치자면 이른바 ‘개인 미술관’입니다. 한국에서 개인 미술관은 좀 드물다 싶으나, ‘개인 도서관’은 꽤 있어요. 저도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개인 도서관’을 꾸립니다. 제가 여태껏 즐겁게 사읽은 아름다운 책을 건사한 서재를 도서관으로 바꾸어서 열었어요. 제 둘레에는 이렇게 개인 도서관을 꾸리는 분이 여럿 있어요.

  다만 개인 미술관을 하는 분은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그림값이나 조각값은 만만하지 않을 수 있기에, 개인 미술관은 어려울 수 있어요.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좀더 편하게
작품들을 감상하길 바랐어요.
그래서 영국에서 가장 큰 미술관에
편지를 보냈지요. 
그동안 모은 그림과 조각품을 기증하겠다고요.
곧 미술관에서 답장이 왔어요. (24쪽)


  헨리 테이트라는 분은 늘그막에 영국 국립미술관에 글월을 썼대요. 이녁이 모아서 건사한 그림하고 조각을 모두 바치고 싶었대요. 자, 이 글월을 받은 영국 국립미술관은 어떤 답장을 썼을까요?

  그림책 줄거리를 다 밝히는 셈이 되겠으나, 1800년대 끝자락에 일어난 이 일은 무척 널리 알려졌다고 하니, 마무리까지 밝혀 보겠습니다. 영국 국립미술관은 ‘자리가 좁아서 기증품을 못 받겠다’고 했대요. 아니 이런, 값진 그림하고 조각을 그냥 바치겠다는데 둘 자리가 없다고? 깜짝 놀랄 노릇입니다.

  2000년대 한국은 어떠할까요? 오늘날 한국도 어떤 분이 목돈을 들여 알뜰히 건사한 그림이나 조각을 모두 바치겠다고 할 적에 “전시품을 둘 자리가 없어서 못 받겠다”며 손사래를 칠까요?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 온삶에 걸쳐 그러모은 수만 권에 이르는 알찬 책을 생각해 볼게요. 꽤 많은 분들이 늘그막에 그분들 책을 어딘가에 모두 바치고 싶어하지만, 정작 그 알찬 책이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고 해요. 대학도서관도 국립도서관도 시립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도 ‘자리가 좁아 기증 책을 받을 수 없다’지요. 값진 책이 막상 갈 곳이 없는 한국 사회예요.

  헨리 테이트라는 분은 국립미술관 답장을 받고서 생각했대요. 그리고 이 생각을 몸소 옮겼대요. 스스로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는군요. ‘테이트 미술관’을 말이지요. 작은 그림책 한 권은 ‘바지런한 어린이가 바지런히 일해서 돈을 넉넉히 번 어른이 된 뒤에 그림이 베푸는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는 마침내 스스로 모든 돈하고 땀방울을 바쳐서 세운 개인 미술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국 사회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온삶을 바쳐 알뜰히 건사한 목돈을 사회에 돌려주는 분이 꽤 있기도 하면서, 목돈을 오직 혼자 움켜쥐면서 검은 짓을 하는 분이 제법 있기도 합니다.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우리는 어떤 꿈을 그리면서 어떤 길을 걸을 적에 즐거울까요? 우리 삶은 우리 스스로 어떤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할 적에 보람찰까요? 그림책 《누구나 미술관에 놀러 오세요!》가 들려주는 애틋하면서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촉촉히 젖어들면서, 저도 제 꿈을 더욱 알차게 가꾸어 보자고 다짐해 봅니다. 모두 스스로 하면 되는구나 싶습니다. 2017.12.15.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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