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12.13.


서울 강남구 내방역 언저리에 있는 마을책방이자 찻집인 〈메종 인디아〉에 마실을 가서 만화책 《오늘은 홍차》를 만났다. 책이름이 “오늘은 홍차”라서 여러모로 반가웠다. 흔히들 일본 말씨로 ‘-의’를 넣어 “오늘의 홍차”처럼 쓰지만, 이 만화책은 즐겁고 씩씩하게 ‘-은’을 넣었다. 참 이쁘다. 이 만화책은 책이름만 이쁘지 않다. 그림결은 살짝 투박하지만, 이 살짝 투박한 그림결이 외려 멋스럽고, 때로는 맛스럽기도 하다. 이야기를 살리려 하고, 줄거리를 북돋우려 하며, 차 한 잔에 삶 한 조각을 가만히 맞대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조촐히 즐거운 몸짓을 찾아나서는 만화를 보여준다. 요즈음 한국 만화에서는 이야기가 없이 밋밋한 채 그림결만 꾸미려 하는 작품이 많이 보였는데, 이 만화는 이야기를 살리려고 마음을 쓴 대목이 돋보인다. 그린이하고 글쓴이 모두 앞으로 조금 더 가다듬으면서 즐겁게 삶맛을 누리는 길을 걷는다면 차맛도 이야기맛도 한껏 끌어낼 수 있겠구나 싶다. 전철을 타고 용산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또 용산 기차역에서 전주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마치 차를 마시듯이 즐거웠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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