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약 춤추는 카멜레온
김미라 지음, 키큰나무 그림 / 키즈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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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괴롭힌 아이가 주는 약
― 엄마 약
 김미라 글·키 큰 나무 그림
 키즈엠, 2017.4.14. 1만 원


  우는 아이는 사탕 한 알로 울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아픈 아이는 따스히 어루만지는 손길로 아픔을 씻기도 합니다. 외로운 아이는 포근히 안는 품으로 외로움을 털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른도 이와 같을 수 있습니다. 사탕 한 알이 달갑지 않다면 떡 한 점으로 울음을 달랠 수 있습니다. 따뜻하게 속삭이는 말 한 마디로 아픔을 씻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내미는 손이나 살며이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받으면서 외로움을 털 수 있습니다.


제가 엄마 허리에 올라가서 콩콩 뛰었어요.
밥 먹기 싫다고 소리도 질렀어요.
또 엄마 눈을 자세히 보려다가 엄마 눈을
손가락으로 찔렀어요. 장난감을 어지르고
유치원에서 돌아와서 손도 씻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또……. (13쪽)


  그림책 《엄마 약》(키즈엠, 2017)은 어머니한테 무엇이 약이 되는가를 넌지시 들려줍니다. 이와 맞물려서 어머니한테뿐 아니라 아버지한테도, 아이한테도, 또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도 무엇이 약이 될 만한가를 들려주지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하루 내내, 어쩌면 이 하루뿐 아니라 여태 내내 어머니를 괴롭혔는지 모릅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돌보다가 그만 끙 하고 드러눕습니다. 아이가 하려는 대로 모두 내버려 두기로 합니다. 어질러진 방을 안 치우기로 하고, 손이며 낯을 안 씻는 아이한테 그래 씻지 말라고 하지요. 밥을 안 먹겠다니 밥을 안 짓고 안 차리면 돼요.

  어머니가 끙끙 앓는 모습을 본 아이는 깜짝 놀라요. 아니! 어머니도 앓아눕는다니!

  아이는 어떡해야 할까요? 아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그동안 어머니 곁에서 무엇을 보면서 자랐을까요?


엄마, 나 왔어.
내가 엄마 아픈 거 다 낫게 해 줄게. 이리 와 봐. (19쪽)


  약국에서 대단한 약을 한 자루 사올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훌륭한 의사를 모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집이나 대단한 약이나 훌륭한 의사가 있어요. 바로 따뜻한 사랑이 대단한 약이요, 따뜻한 사랑으로 어루만지거나 쓰다듬을 줄 아는 사람이 훌륭한 의사입니다.

  어머니나 아버지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이한테 의사 노릇을 합니다. 때로는 아이가 어머니나 아버지나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의사 노릇을 해요.

  사탕 한 알이나 떡 한 점이 약이 되곤 하며, 부드러운 말마디나 고운 노랫가락이 약이 되곤 해요. 무엇보다도 서로 아낄 줄 아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가장 훌륭한 약 구실을 합니다.

  아플 적에는 바로 사랑이라는 약을 먹습니다. 아프지 않은 여느 때에는 사랑이라는 밥을 먹지요. 아침저녁으로 즐겁게 놀거나 일하는 힘은 우리가 저마다 돌보는 보금자리에서 손수 짓는 사랑에서 비롯하지 싶습니다.

  그림책 《엄마 약》에 나오는 아이는, 그동안 제가 아플 적에 어머니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돌아보면서 그대로 합니다. 아이는 어머니를 괴롭힐 뜻이 없거든요. 어머니하고 신나게 놀고 싶었을 뿐이에요. 어머니가 다시 씩씩하게 기운을 낼 수 있기를 바라지요. 여태 ‘엄마 밥’하고 ‘엄마 약’을 받으며 자란 아이는, 이제 어머니한테 ‘아이 약’을 내밉니다. 2017.11.1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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