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거나 미적거리거나



  어제 문득 한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서두르지 말되 미적거리지 말자.’ 이 한 마디를 조용히 읊었어요. 이 말처럼 스스로 몸짓을 가다듬자고 생각합니다. 이 말마디는 저 스스로 거듭나려는 몸짓이면서 아이 앞에서 보여주려는 몸짓이요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배우기를 바라는 몸짓이에요. 어느 일을 하든 서두르지 말자고 늘 입으로 들려주어요. 바쁘게 일을 하지 말자고, 바쁘게 걷거나 달리지 말자고, 바쁘게 끝내려 하지 말자고, 입으로 말할 뿐 아니라 몸으로도 이렇게 하려 하지요. 서두르지 않기란 쉽지 않을 수 있으나, 막상 서두르지 않으면서 지내니 대단히 느긋할 뿐 아니라 오히려 머리도 몸도 마음도 더 빠르게 움직인다고 느껴요. 이러면서 미적거림이나 늦춤이나 미룸 같은 몸짓이 되지 않도록 헤아립니다. 늑장을 부린다면 서두르지 않더라도 부질없는 셈이라 할까요. ‘서두르지 말되 미적거리지 말자.’라는 말을 다시금 입으로 읊으니 이런 생각도 듭니다. 서두르지 않으려면, 이러면서 미적거리지 않으려면, 제 마음은 늘 즐거움으로 가득해야지 싶어요. 스스로 즐겁다면 서두를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미적거리지도 않겠네 싶어요. 즐겁게 웃고, 상냥하게 말하고, 가볍게 춤추고, 따스히 밥을 짓고, 넉넉히 빨래를 하고, 차근차근 일을 하노라면 살림꽃이 피어나네 싶습니다. 2017.10.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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