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의 작은 냄비 신나는 새싹 2
이자벨 카리에 글.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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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는 사랑스러운 아이
― 아나톨의 작은 냄비
 이자벨 카리에 글·그림
 권지현 옮김
 씨드북 펴냄, 2014.7.27. 11000원


  이곳에 눈에 뜨이는 아이가 있어요. 남하고 다르기 때문이에요. 다들 키가 큰데 몇 아이가 키가 작으면 바로 이 작은 키가 남하고 다르기 때문에 눈에 뜨여요.

  저곳에 눈에 뜨이는 아이가 있어요. 남하고 안 같기 때문이에요. 다들 여덟 시에 똑같은 옷을 맞춰 입고서 학교에 가는데 이 아이는 여덟 시에 공원이나 숲이나 도서관에 가요. 게다가 다른 아이들처럼 똑같은 옷을 맞춰 입지 않았어요. 이 때문에 눈에 뜨여요.


아나톨은 작은 냄비를 달그락달그락 끌고 다녀요.
어느 날 갑자기 냄비가
머리 위로 떨어졌어요.
하지만 왜 그랬는지
아무도 몰라요. (1∼2쪽)


  그리고 어느 곳에 돋보이는 아이가 있어요. 여느 아이들이 해내지 못하는 어떤 일을 솜씨있게 해내거나 훌륭히 해내요. 돋보이는 아이도 눈에 뜨이는 아이처럼 남하고 다르거나 안 같은데, 돋보이는 아이를 놓고는 좀 ‘다르게’ 바라봐요. 눈에 뜨이는 아이는 꺼린다든지 안 좋게 보는 눈길이 짙다면, 돋보이는 아이는 반긴다든지 추켜세운다든지 좋아하기 일쑤예요.

  다른 모습이라고 하는데 왜 한 아이는 그저 눈에 뜨이고, 다른 아이는 돋보인다고 여길까요? 안 같은 모습이라고 하는 왜 한 아이는 자꾸 눈에 뜨이고, 다른 아이는 돋보인다고 느낄까요?


아나톨은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예요.
잘하는 게 아주 많은 아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자꾸 냄비만 쳐다봐요.
냄비가 이상하대요. (5∼6쪽)


  이자벨 카리에 님이 빚은 그림책 《아나톨의 작은 냄비》(씨드북,2014)은 ‘눈에 뜨이는’ 아이를 이야기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상냥하고 곱고 밝은 아이라 할 수 있지만, 어느 때에는 둘레에서 사람들이 ‘뭔가 다르다’고 느낀대요.

  ‘뭔가 다르다’고 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일 수 있어요. 개구지거나 말괄량이 같은 모습일 수 있지요. 덜렁거리거나 수다스러울 수 있어요. 툭하면 울거나 걸핏하면 골을 부리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셈을 잘 못 하거나 글씨를 아직 못 깨쳤을 수 있고, 다리가 여려 잘 넘어질 수 있어요. 아이인데 눈이 어두워 두꺼운 안경을 쓸 수 있고, 앞을 아예 못 볼 수 있습니다. 걷지 못하는 아이일 수 있고, 마음 한쪽이 다친 아이일 수 있어요.


작은 냄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결국 숨어 버리기로 했어요.
그러면 더 편해질 것 같았어요.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죠.
그러자 사람들은 아나톨을 조금씩 잊어버렸어요.
아무도 아나톨에게 말을 걸지 않았어요. (16∼18쪽)


  가만히 보면 온누리 모든 아이는 다 다릅니다. 같은 아이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어요. 그런데 사회라는 틀에서는 모든 아이를 ‘똑같은 아이’로 맞추기 마련이에요. 여덟 살이 되면 초등학교 1학년이어야 한다든지, 열네 살이 되면 중학교 1학년이어야 한다는 틀에 아이들을 맞추려 하지요.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에는 대학교에 가야 한다는 틀이 있고, 대학교를 마친 뒤에는 돈을 버는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는 틀이 있어요. 돈을 버는 일자리를 얻고서는 짝꿍을 만나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틀도 있고, 새로 낳는 아이를 또 학교에 보내고 …… 하는 틀이 있어요.

  모든 아이가 이러한 틀에 맞추어서 움직여야 할까요? 모든 아이가 유치원·어린이집에다가 초·중·고등학교하고 대학교라는 틀에 따라서 배움길을 걸어야 할까요? 좀 다른 배움길을 걸으면 안 될까요? 굳이 회사원이나 공장 일꾼이 안 되면 안 될까요? 돈을 안 벌고 시골에서 조용히 흙을 지을 수 있을 테고, 구태여 회사에 나가지 않고서 집에서 차분히 살림을 할 수 있어요.

  텔레비전을 집에 안 들이고 살 수 있지요. 연예인도 운동선수도 까맣게 모르는 채 살 수 있어요. 대통령 이름조차 모르면서 착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세상은 아나톨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어요.
세상에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되어요. (19∼20쪽)


  그림책 《아나톨의 작은 냄비》는 넌지시 묻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다른 이웃’을 어떤 눈길로 바라보는가 하고 물어요. 우리 스스로 남들하고 꼭 똑같아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너하고 다른 나를 얼마나 느끼는가를 묻고, 나하고 다른 너를 얼마나 헤아리는가 하고 물어요.

  우리는 톱니바퀴가 아니에요. 우리는 부속품이 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다른 삶과 꿈을 짓는 사람이면서, 우리는 모두 사랑스럽다는 대목에서는 똑같은 사람이에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나톨은 작은 냄비를 몸에 안고 살아간대요. 누구는 큰 냄비를 몸에 안고 살아갈 테고, 누구는 숟가락을 귀에 꽂고 살아갈 수 있어요. 누구는 손끝에 젓가락을 달고 살아갈 수 있을 테고, 누구는 등에 꽃그릇을 얹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모두 다른 모습이면서 모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리라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다른 보금자리에서 모두 다른 살림을 지으면서 모두 다른 꿈으로 걸어가기에 기쁘게 어깨동무하는 따사로운 이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7.2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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