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52] 타다



  새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납니다. 구름도 바람을 타고 살살 날아요. 물고기는 물살을 가르기도 하지만 마치 물결을 타고 노는 듯 보이기도 해요. 자전거를 타고, 멧등성이를 타며, 아기가 할머니 등을 타고 까르르 웃어요. 미끄럼을 타고, 모닥불이 타고, 속이 타거나 애가 타요. 가뭄이 들어 논밭이 타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오르지요. 좋은 때를 타서 잘되기도 해요. 따뜻한 물에 꿀을 타서 마셔요. 돈을 타서 쓰기도 하고, 멋진 솜씨를 타고 태어난 동무가 있어요. 톱으로 나무를 슬슬 타서 책꽂이를 짜 볼까요. 기타를 타거나 피아노를 타면서 노래를 불러요. 요즈음에는 맷돌을 보기 어려울 텐데 예전에는 맷돌에 콩을 타서 두부를 쑤거나 콩물을 얻었어요. 때를 탄 옷은 더러우니 빨래를 합니다. 좋은 기운을 타고 함께 웃어요. 부끄러움을 타느라 말을 잘 못해요. 봄을 탔는지 설레고, 솜을 타서 이불을 누비지요. 그리고 우리 손을 타는 물건에 우리 숨결이 깃들어요. 내 손을 탄 책에는 내 마음이 스며요. 내 손을 탄 연필 한 자루가 좋아요. 손을 탄 길고양이가 우리 곁에 살그머니 다가와서 앉아요. 수많은 ‘타다’ 가운데 “손을 타는” 일이란 얼마나 살가운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2017.4.1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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