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39. 냄새



  나무를 켜면 나무 냄새가 퍼진다. 마땅하지. 나무마다 냄새가 다르다. 더없이 마땅하지. 나무를 켜지 않아도, 나무 곁에 서면 나무가 베푸는 냄새를 맡는다. 그지없이 마땅하지. 나무 스스로 이룬 숲이 있고, 사람들이 애써 가꾼 숲이 있다. 어느 숲이든 우리가 이 숲에 깃들면 온갖 나무가 어우러지면서 빚는 냄새가 우리 몸을 감싸 준다. 참말로 마땅하지. 나무는 이 땅에 뿌리를 박고 서기만 하더라도 우리를 즐겁고 넉넉하게 감싼다. 나무를 우리가 베어서 써야 한다면 알맞게 베어서 쓸 적에 우리 살림이나 세간으로 거듭나 준다. 아이들하고 나무를 켜면서 얼마나 짙은 냄새가 훅훅 끼치면서 우리 도서관학교 언저리를 가득 채우는가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나무를 켜는 우리 손에서는 어떤 냄새가 퍼질는지, 우리가 서로서로 어떤 냄새를 풍기는 사람으로 삶을 지을는지 헤아려 본다. 2017.4.23.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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