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36] 살림지기



  집에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비질이랑 걸레질을 하는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쉽게 보나요? 아직 꽤 많은 집에서는 집에서 하는 일을 으레 가시내한테만 맡기기 일쑤예요. 지난날에는 사내가 부엌에 얼씬조차 못 하게 하기도 했어요. 이러다 보니 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놓고 낮잡는 말씨인 ‘부엌데기’나 ‘밥데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부엌일이나 밥일을 사내가 했어도 사내한테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그래도 집일을 알뜰히 건사하는 사람을 두고 ‘살림꾼’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해요. 살림을 잘 꾸리기에 ‘살림꾼’인데요, 어른들이 어떤 일을 하느냐를 살피는 자리에서는 ‘주부·가정주부’ 같은 한자말 이름을 흔히 써요. 아버지나 어머니가 집에서 살림이나 일을 도맡는다면 ‘주부’ 아닌 ‘살림꾼’이라고 밝히면 한결 나을 텐데요. 더 헤아려 보면 ‘살림님’이나 ‘살림지기’ 같은 이름을 새롭게 써 볼 만해요. 살림하는 이를 고이 여기기에 ‘살림님’이에요. 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고마이 마주하기에 ‘살림지기’이지요. 오늘날에는 ‘부엌지기·밥지기’라든지 ‘빨래지기·비질지기·설거지지기’ 같은 이름을 즐겁게 쓸 만해요. 심부름을 잘 하는 어린이라면 ‘심부름꾼·심부름지기·심부름님’이라 할 테고요. 말 한 마디를 바꾸어 생각도 삶도 바꾸어요. 2017.4.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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