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375] 아름답기를



  잘 했으면 잘 했을 뿐

  못 했으면 못 했을 뿐

  새로 한 걸음 디디니 아름다워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못 하는 사람이 있어요. 잘 하기에 아름답거나 훌륭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못 하기에 안 아름답거나 안 훌륭하다고 느끼지 않아요. 잘 하는 모습을 보면 입에서 절로 “잘 하네” 소리가 흘러요. 못 하는 모습을 보면 입에서 그냥 “못 하네” 소리가 나와요. 이는 추켜세우거나 나무라는 말이 아니에요. 느낌일 뿐입니다. 때로는 이와 달리 “아름답네” 하는 말이 터져요. 이때에는 잘 하거나 못 하거나를 떠나, 새로 한 걸음을 디디는 모습을, 이른바 스스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아기가 아장아장 첫 걸음을 뗄 적에, 넘어지면서도 늘 까르르 웃고 일어나서 다리심을 기리는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껴요. 쓴맛을 보더라도 빙그레 웃으며 스스로 갈고닦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워요. 이와 달리 “내가 이만큼 했는데 왜 나를 추켜세우지 않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안 아름다워요. 설거지를 하다 그만 그릇을 깰 수 있고, 시험을 치르다가 틀릴 수 있어요. 오늘은 장사가 영 안 될 수 있고, 길을 빙글빙글 헤맬 수 있어요. 다 좋아요. 다 괜찮지요. 느긋하면서 너그럽게 노래할 수 있는 넋이라면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아름답구나 하고 느낍니다. 무엇이든지 새롭게 거듭나는 길을 갈 적에 비로소 서로서로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2017.3.1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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