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글쓰기



  나는 어느 자리에 서서 읽고 쓰는가. 나는 어떻게 살림하는 마음으로 읽고 쓰는가. 나는 어떤 길을 가려는 꿈으로 읽고 쓰는가. 나하고 다른 길을 걷는 이웃을 너무 까칠하게 여기면서 읽거나 쓰지는 않는가. 내가 미처 못 깨닫거나 못 배운 대목을 넉넉하고 즐거이 배우는 이웃을 괜히 시샘하면서 까칠하게 여기는 마음이 되어 읽거나 쓰지는 않는가.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는구나 싶은 이웃한테 살가이 손길을 내밀기보다는 으째 아직 그 모습 그대로 있는가 하고 혀를 끌끌 차는 까칠한 매무새로 읽거나 쓰지는 않는가. 간밤에 까칠한 얼굴을 꿈자리에서 수없이 되돌아보다가 잠을 깨었다. 2017.3.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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