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32. 은행



  아이들하고 우체국에 갈 적마다 아이들 통장에 돈을 넣기로 한다. 큰아이가 아홉 살이던 지난해부터 비로소 이렇게 한다. 아직 아이들 통장에 돈을 넉넉히 넣지는 못하지만, 우체국에 편지나 책을 부치러 갈 적마다 큰아이 통장에는 만 원을, 작은아이 통장에는 이천 원을 넣는다. 작은아이는 아직 육아수당이 나오기에 이천 원씩 넣는데, 작은아이도 이듬해에 여덟 살로 접어들면 큰아이하고 같은 돈을 넣으려 한다. 큰아이가 여덟 살이던 때까지 두 아이 통장에 들어오는 육아수당을 다달이 찾아서 살림에 보태기에 바빴다. 지난해부터 두 아이 통장에 돈을 넣는 까닭이라면, 두 아이가 통장이나 돈을 맡겨서 나중에 어떤 일을 할 적에 쓰는 길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하고프거나 배우고 싶은 일이 있을 적에 목돈을 쓸 수 있도록 푼푼이 쌓으려는 생각이다. 이러면서 아이들 통장에는 두 아이가 저마다 “통장에 돈 넣으려고요.” 하고 말하면서 저희 통장에 찍히는 새로운 숫자를 읽도록 이끌려는 생각이다. 이리하여 나한테도 곁님한테도 통장이 하나씩 따로 있어야지 싶다. 살림 통장과 도서관 통장과 배움길 통장, 이렇게 세 가지가 따로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2017.3.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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