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자고 가도 될까요? 징검다리 3.4.5 4
코이데 탄 지음, 김현주 옮김, 코이데 야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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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09



깊은 밤에 숲에서 길을 잃을 적에

― 똑똑, 자고 가도 될까요?

 코이데 탄 글

 코이데 야스코 그림

 김현주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6.11.10. 7000원



  숲에 사는 쥐 세 마리가 밤에 길을 잃었다고 합니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쥐 세 마리는 낯선 집으로 다가갑니다. 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안에서는 아뭇소리가 없습니다. 쥐 세 마리는 지치고 무섭고 배고프기에 아뭇소리가 없지만 문을 살그마니 열고 들어섭니다. 숲에 덩그러니 있는 집에는 참말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말아야 하지만, 쥐 세 마리는 이것저것 가릴 겨를이 없는 듯합니다. 따뜻하고 아늑한 숲집에 깃들어 쉬기로 합니다.


  그런데 쥐가 무슨 밤에 길을 잃느냐는 둥, 쥐가 무슨 다른 숲집에 깃드느냐는 둥, 쥐가 어떻게 문을 두드리느냐는 둥, 이런저런 여러 가지는 묻지는 마셔요. 우리는 그림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습니다만, 참말로 쥐나 새나 고양이 모두 ‘사람이 잠든 뒤’에는 사람처럼 똑같이 걷거나 나들이를 다니거나 이야기를 주고받을는지 몰라요.



쥐돌이 삼총사가 산으로 소풍을 갔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어요. 해는 벌써 저물었고, 안개도 끼기 시작했어요. 쥐돌이 삼총사가 어쩔 줄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저 멀리 집 한 채가 보였어요. “오늘밤은 저 집에서 재워 달라고 하자.” (2쪽)



  코이데 탄 님이 글을 쓰고, 코이데 야스코 님이 그림을 그린 《똑똑, 자고 가도 될까요?》(한림출판사,2006)는 숲에서 길을 잃은 여린 짐승들이 하나둘 나옵니다. 쥐가 나오고 토끼가 나오며 너구리가 나와요. 세 가지 짐승은 저마다 동무하고 숲을 거닐다가 길을 잃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는 쥐도 토끼도 너구리도 ‘그냥 숲에서’ 산다고 할 만합니다. 사람처럼 집을 뚝딱뚝딱 짓는다든지, 다른 곳으로 나들이를 다닌다든지, 말을 주고받는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는 ‘못 한다’고 할 만하지요.


  그림책에는 사람만 나오지 않습니다. 그림책에는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목숨이 나옵니다. 풀하고 나무가 말을 하고 이야기를 나눠요. 새하고 풀벌레가 서로 잡아먹고 먹히고 하는 사이만이 아니에요. 숲에서뿐 아니라 마을에서도 바다에서도 땅속에서도 다 같이 어우러지는 사이로 나옵니다.



그런데, 다시 집 밖에서 발소리가 나더니 또 누군가가 찾아왔어요. “똑똑, 자고 가도 될까요?” 그리고 문이 벌컥 열렸어요. (16쪽)



  그나저나 《똑똑, 자고 가도 될까요?》에 나오는 세 가지 어린 짐승은 무척 다소곳합니다. 낯선 이가 사는 집에 찾아들 적에 문을 똑똑 두드려요. 먼저 똑똑 두드리고 나서 안에 누가 계신지 여쭙니다. 안에서 아뭇소리가 없다면 그냥 가야 할 터이나, 이 어린 짐승은 무섭고 춥고 배고픈 나머지 ‘안에 아무도 없더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살그마니 문을 열고 들어가요. 저희 집이 아닌 다른 사람 집이기에 함부로 이것저것 만지지는 않습니다. 배가 고프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건드리지는 않습니다. 밤이 지나고 날이 밝을 때까지만 ‘미안하’더라도 자리에 누워서 쉬고 싶습니다.


  그런데 쥐에 이어 토끼랑 너구리, 이렇게 세 갈래 짐승이 한 잠자리에 나란히 누워서 잠들려고 하는 때에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없이 문이 벌컥 열렸대요.



이번엔 “똑똑, 자고 가도 될까요?” 하는 말도 없이 끼이익 문이 열린 거예요. (22쪽)



  문을 벌컥 여는 이는 누구일까요? 어른 눈으로 보자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어요. 아이 눈으로 보자면 ‘깜짝 놀랄’ 이야기가 될 테고요. 어른 눈으로 보면서 이 그림책을 읽히거나 읽는다면 무척 재미없을 만합니다. 어른 눈으로만 본다면 아이들한테 ‘우리 집이 아니면 함부로 들어가지 말자’는 얘기에서 끝날 수 있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안에서 아뭇소리가 없을 적에는 ‘처마 밑’에 누워서 쉴 수 있을 테지요. 비록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처마 밑만 하더라도 이슬을 긋거나 바람을 조금쯤 가릴 수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그림책에서는 세 짐승이 낯선 집으로 들어섰고, 낯선 집으로 들어서며 겪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 무서운 마음인데, 낯선 똑똑거림에다가 낯선 이를 만난다는 무서움이 겹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더 헤아려 본다면, 낯설다고 해서 왜 무서워해야 하는가를 함께 이야기해 볼 만합니다. 숲에서 길을 잃었다면 굳이 ‘어떤 집’을 찾지 않더라도, 알맞춤한 나무 밑자리를 살펴서 가랑잎을 긁어모아 호젓하게 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삽으로 땅을 조금 파고, 가랑잎을 그러모아서 깃들어도 무척 따뜻해요. 숲마실을 하는 길이라면 숲에서 더 재미나게 하룻밤을 누릴 수 있어요. ‘아, 집에 깃드니까 좋아’ 하는 데에서 이 그림책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수 있고, ‘얘들아, 숲에서 길을 잃었어도 이 숲에서 고요히 하룻밤 쉴 수 있단다’ 하는 이야기를 보탤 수 있어요. 깊은 밤에 숲에서 길을 잃을 적에 보내는 하루를 돌아보면서 빙긋 웃습니다. 집 나가서 돌아다닌다고 꼭 힘들지는 않습니다. 새로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17.1.1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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