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재개발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2
이은영 지음, 문구선 그림 / 분홍고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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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2



삽질하기 앞서 우리 목소리 좀 들어 보렴

― 미래로 가는 희망버스, 행복한 재개발

 이은영 글

 문구선 그림

 분홍고래 펴냄, 2015.3.28. 12000원



  서울 용산에서 몇 해 앞서까지 ‘강제 철거’가 있었습니다. 이제 ‘철거 반대’ 목소리는 가뭇없이 사라졌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다란 건물을 엄청나게 짓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길그림이 바뀌는 서울인데, 용산역 언저리는 그야말로 해마다 달마다 길그림이 바뀌지 싶습니다.


  ‘용산 철거 참사’라고 하는 안타까운 일이 2009년에 있었습니다. 이 안타까운 일이 터지기 앞서 서울시나 건설업자는 ‘용산 주민(원주민)’하고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나 건설업자는 ‘용산 재개발 확정’을 짓고서 발표를 하고 이 계획을 밀어붙였어요. 마을에 뿌리를 내려서 사는 사람이 어떤 생각이거나 마음인가 하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지요. ‘마음을 붙이고 몸을 붙인 마을’에서 왜 갑자기 쫓겨나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말할 겨를이 없었어요.



교통이 좋아지니 동네가 발전할 거라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외곽과 연결된 도로에 교통량이 증가하며 동네 사람들은 소음과 매연에 시달려야 했다. 창문을 열면 보이던 숲은 이제 고가도로의 철제 울타리가 대신했다. 사람들은 모일 곳을 잃었고, 나와 친구들은 놀이터를 잃었다. (4∼5쪽)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라는 배가 가라앉은 지 천 일이 되어요. 용산에서 여러 사람이 아프게 숨을 거두어야 한 지 여덟 해가 되고요. 우리 사회는 아픔과 슬픔을 겪은 뒤로 좀 나아지거나 달라졌을까요?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슬픔이 다시 오지 않도록,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평화로운 사회로 나아지거나 달라졌을까요?


  《미래로 가는 희망버스, 행복한 재개발》(분홍고래)이라는 책이 2015년 봄에 나왔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은영·문구선 님은 사람들 마음속에서 까맣게 잊혀지는 ‘재개발 참사’가 아닌 ‘평화롭고 즐거운 재개발’이 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또 굳이 재개발을 하지 않고도 ‘아름다운 마을살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 책을 지었다고 밝힙니다.



아빠는 이 모든 말이 거짓이라고 했다. 턱없이 부족한 이주비가 문제고,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억대의 추가 분담금이 문제고, 세입자들은 고려하지 않은 재개발 정책이 문제고, 짧게는 3∼4년 길게는 40년 가까이 용산 4구역에서 장사를 해 온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만 갔다. (70쪽)



  앞으로도 재개발은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멘트로 올려세운 아파트는 쉰 해를 못 버티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재개발로 새로 올린 높은 건물’이라 하더라도 머잖아 허물어서 다시 지어야 해요. 한 번으로 그치는 재개발이 아니라 ‘때 되면 또 하는 재개발’이에요. ‘다음 재개발’이 닥치기 앞서까지만 서른 해 즈음 겨우 머물 수 있는 ‘짧은 재개발 살림’인 셈이에요.


  그런데 있잖아요, 한번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아파트나 높은 건물이 들어선 곳을 쉰 해나 백 해를 그대로 둘 수 없지요? 이와 달리 ‘한두 층짜리 작은 골목집’이 가득한 골목마을은 쉰 해뿐 아니라 백 해도 고스란히 견뎌요. 집임자 스스로 조금씩 손질하면서 백 해뿐 아니라 이백 해를 거뜬히 살아낼 수 있어요.


  시골집을 보면, 흙하고 나무하고 돌로 지은 집은 이백 해뿐 아니라 삼사백 해를 너끈히 버티고, 때로는 오백 해나 즈믄 해를 살아내기도 해요. 재개발을 한다면서 똑같은 틀로 똑같은 시멘트로 똑같은 높이로 올리는 번듯해 보이는 건물은 오래 못 가지만, 작고 수수하며 투박한 마을집은 오래오래 느긋하면서 평화로운 보금자리가 되어요.



희망이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와 같았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테러리스트와 이를 진압하는 특공대의 모습. 하지만 우리 아빠와 하늘이의 아빠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용산 4구역에 대한 재개발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곡, 그 긴 시간 동안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해 왔었다. (81쪽)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나가라’고만 할 뿐,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 (83쪽)



  ‘사람 살고 있씀니다’라는 글월을 문득 떠올립니다. 서울 용산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는 언제나 재개발 바람이 부는데, 인천 동구 송현동 어느 골목을 걷다가 ‘사람 살고 있씀니다’라고 작게 써 붙인 글월을 본 적 있어요. 크게 써 붙인 글월도 아니고, 이름패 밑에 조그맣게 써 붙인 글월이에요.


  그야말로 작은 골목집에 사는 골목사람이 그야말로 작은 목소리로 ‘사람 살고 있씀니다’라고, 부디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이 있다”는 대목을 알아 달라는 이야기예요.


  “사람 살고 있씀니다”를 읽지 않고 바라보지 않고 듣지 않은, 그러니까 눈을 닫고 마음을 닫은 공권력인 탓에, 지난 2009년 그날 여러 목숨이 안타깝게 숨을 거두고 말았으리라 느낍니다. 《미래로 가는 희망버스, 행복한 재개발》에서도 말하듯이 ‘재개발 대상 구역’에 사는 사람들은 늘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 하고 느꼈지 싶어요.



법원은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과도하게 진압을 시도한 경찰보다는 삶의 터를 지키기 위해 농성을 벌인 우리 아빠와 용산 4구역의 가족에게 그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엄마와 다른 주민들이 남일당 앞에서 천막을 치고 철거 반대와 구속된 사람들을 풀어 달라고 말했지만, 싸움이 길어질수록 그 힘이 약해졌다. 그리고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 수단을 잃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용산 4구역을 떠나야 했다. 낡은 건물과 낡은 도시를 정화하고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며 시작된 재개발은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됐을까? (88∼89쪽)



  삽질을 하기 앞서 마을을 바라볼 수 있어야지 싶어요. 삽질을 하려면 먼저 마을사람한테 말을 여쭙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지 싶어요. 멀쩡히 잘 살아온 사람들을 고향에서도 보금자리에서도 쫓아내려 하지 말고, 고향을 새로 가꾸고 보금자리를 아름답게 꾸미려는 몸짓이 될 수 있어야지 싶어요.


  돈에 따라 움직이거나 경제논리로 밀어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느껴요. 사람을 보고,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다운 몸짓이 되어야 한다고 느껴요.


  《미래로 가는 희망버스, 행복한 재개발》은 어린이 인문책입니다. 어린이한테 우리 사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새롭게 가꿀 아이들이 ‘섣부른 막개발’이나 ‘무시무시한 막삽질’을 하지 말고, ‘함께 즐거울 마을 가꾸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학교에 가도 예전처럼 애들이랑 놀 수도 없어. 재개발이라는 게 우리 동네를 더 좋고,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거라고 하는데, 어른들은 왜 싸울까?” (14쪽)



  개발업자나 정부한테 돈이 되는 재개발 사업이 아닌, 마을사람(주민)한테 도움이 되거나 즐거운 ‘마을 가꾸기’로 나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돈만 바라보느라, 또 ‘빨리 정책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만 하느라, 마을도 사람도 삶도 놓치거나 밀쳐내는 몸짓은 이제 사라지기를 빕니다. 싸움이 아닌 어깨동무로 마을을 아름다이 가꾸는 일을 꾀하고 정책을 펴기를 빕니다. 즐거운 마을이 되고, 즐거운 나라가 되며, 즐거운 살림이 될 때에 웃음꽃이 피어요. 2017.1.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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