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에 살짝 눈발



  서울서 하루를 묵으며 바깥일을 보았습니다. 엊저녁에 돌아왔습니다. 곁님이 집에서 해 놓은 밥을 먹을 수 있지만, 다른 먹을거리로 저녁을 삼았습니다. 서울을 다니며 입은 옷을 몽땅 벗었고,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동안 흐르는 물로 적셔 놓습니다. 무자위가 말을 안 들어 살피다가 잠자리에 들 무렵 끄고, 새벽에 다시 켜 보니 제대로 돌아갑니다. 날이 밝으면 더 살피려 합니다. 넷이 영화 하나를 보고서 잠자리에 누워 이야기를 잇는데, 어느 결에 까무룩 곯아떨어집니다. 아득히 먼 어느 옛날, 마법을 무섭고 못된 쪽으로 쓰려는 동무를 만나 그 동무를 틀어막으면서 ‘너 그러면 안 된다’ 하고 말하는 꿈을 꿉니다. 마치 코앞에서 벌어진 일인듯 뚜렷하게 떠오르는 꿈입니다. 어제 고흥 읍내에 닿아서 군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살짝 눈발을 보았어요. 고흥에 눈발이 스친다면 다른 고장은 무척 춥겠네요. 달빛이 매우 고와 인천 사는 형이 떠올라 쪽글로 인사를 보냈습니다. 어제그제 몹시 긴 하루였네 싶습니다. 2016.12.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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