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100번 작은 곰자리 12
무라카미 시코 지음, 우지영 옮김, 오시마 다에코 그림 / 책읽는곰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01



아이가 잠들기 앞서 가는 곳은 어디일까요?

― 사랑해 100번

 무라카미 시코 글

 오시마 다에코 그림

 우지영 옮김

 책읽는곰 펴냄, 2009.9.10. 9500원



  책방에 서서 그림책 《사랑해 100번》을 읽다가 눈물을 찔끔 흘립니다. 그림책 끝자락에서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서 읊는 말마디를 읽으며 가슴이 찡하고, 어머니가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짓는 얼굴빛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하기 때문입니다.


  찡하거나 뭉클한 그림책은 책방에서 섣불리 펼치지 말아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그림책 한 권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을 따사롭게 적시지 싶어요. 누구한테 들킬세라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책을 덮고서 값을 치렀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외버스에서 다시 이 그림책을 펼쳐서 읽다가 새삼스레 또 눈물을 찔끔 흘려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하고 우리 집 아이 모습이 겹치고,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하고 내 모습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하나야, 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두나는 벌써 자잖아. 언니가 떠들면 안 되지.” 엄마가 말했어요. 옆방에선 동생 두나가 콜콜 자고 있어요. “아니야, 언니 아니야. 하나는 하나야.” (3∼5쪽)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사랑해”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들려주는 “사랑해”라는 말을 백 번을 들어도 안 질리고, 천 번을 들어도 안 질려요. 아침 낮 저녁으로 들어도 안 질려요. 하루 내내 들어도 안 질리고요. 어제도 오늘도 도무지 질릴 수 없는 한 마디는 바로 “사랑해”라고 느껴요.


  어버이도 마찬가지이리라 생각해요. 아이한테 백 번이나 천 번을 들려주어도 아깝지 않은 말이 “사랑해”일 테지요. 아침 낮 저녁으로 들려주고 싶은 말도, 어제도 오늘도 내내 들려주고 싶은 말도, 언제까지나 기쁘게 들려주고 싶은 말도 참말로 “사랑해”라고 느껴요.



“있잖아 엄마, 수수께끼 놀이 하자.” “좋아, 대신 한 번만 해.” “신난다! 하나가 자기 전에 가는 곳은 어디일까요?” “뭐야? 어렵잖아. 그러니까 …….” (6쪽)



  뭔가 잘 한 일이 있어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요. 어딘가 이쁘게 보여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요. 선물을 주고받아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요. 그저 마음에서 곱게 샘솟는 말 한 마디인 “사랑해”이지 싶습니다. 두고두고 되새기면서 흐뭇할 수 있는 말 한 마디인 “사랑해”이지 싶어요.


  아이와 어버이 사이에서뿐 아니라, 마음으로 아끼는 이웃이나 동무 사이에서도 “사랑해” 한 마디는 웃음꽃을 피웁니다. 풀 한 포기를 바라보며 읊는 사랑한다는 말도, 꽃 한 송이를 마주하며 노래하는 사랑한다는 말도, 나무 한 그루를 헤아리며 들려주는 사랑한다는 말도 그야말로 싱그러운 바람처럼 흐르리라 생각해요.



“여기!” 하뭥, 나는 엄마 품으로 뛰어들었어요. “틀렸으니까 벌로 ‘사랑해’ 백 번 해 줘.” “뭐어, 백 번이나.” (20쪽)



  그냥 마음으로만 품기보다 입으로 말해 보아요. 사랑한다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늘 사랑하고, 한결같이 사랑한다고 말해 보아요. 밥을 먹다가도, 잠들기 앞서도, 아침에 일어나면서도, 낯을 씻고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같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나들이를 다니다가도, 자전거를 타다가도, 살며시 웃음을 지으면서 “사랑해” 한 마디를 함께 나누어요. 2016.12.1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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