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26. 할머니


  나는 어머니한테서 손놀림을 물려받는다. 우리 어머니가 여느 때에 하던 밥짓기 설거지 걸레질 빨래하기 들이 내 손길로 스며든다. 우리 어머니가 여느 때에 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거나, 손ㄱ가락을 따거나, 손톱을 깎거나, 붕대를 감거나, 발을 씻기거나, 신끈을 매거나, 여러모로 따스히 베푼 숨결이 내 온몸으로 스며든다. 내가 오늘 아이들 바지를 기우는 손놀림은 바로 우리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바느질이요, 아이들로서는 저희 할머니한테서 아버지를 거쳐서 앞으로 물려받을 바느질이 된다. 한 땀 두 땀 이으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이어진다. 하루 이틀 흐르면서 한 해 두 해 철이 들고 슬기가 무르익는다.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를 지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고운 씨앗을 마음에 심으면서 새롭게 아이로 태어난다. 2016.12.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집 학교/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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