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낮과 밤
마츠오카 다츠히데 글.그림, 최종호 옮김 / 진선아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00



밤에는 별, 낮에는 꽃

― 동물들의 낮과 밤

 마쓰오카 다쓰히데 글·그림

 최종호 옮김

 진선아이 펴냄, 2010.8.17. 8800원



  밤에 보는 별은 대단히 밝습니다. 다만 불빛이 없는 깜깜한 시골에서만 별빛이 매우 밝습니다. 밤새 불빛이 스러지지 않는데다가 높직한 건물이 하늘을 가리는 서울에서는 별빛이 밝은 줄 느끼기 어려워요. 한밤에 아이들하고 마당이나 뒤꼍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새까만 바탕이 하얗게 빛나는 별이 무척 곱구나 하고 느낍니다. 처음 밤하늘을 올려다볼 적에도 별이 많지만, 1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면 별이 더 많이 보입니다.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면 그야말로 뭇별이 쏟아지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요.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수록 밤하늘 별을 훨씬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볕이 잘 드는 공원으로 곤충들이 꿀을 찾아 모여듭니다. 축축한 곳을 좋아하는 달팽이나 공벌레는 돌이나 낙엽의 그늘에서 가만히 밤을 기다립니다. (2∼3쪽)



  마쓰오카 다쓰히데 님이 빚은 그림책 《동물들의 낮과 밤》(진선아이,2010)은 낮이랑 밤 사이에 우리 둘레에서 풀벌레나 숲짐승이나 물고기나 새가 어떻게 지내는가 하는 이야기를 겹쳐서 보여줍니다. 한 번은 낮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한 번은 밤 모습을 보여주어요. 낮에 움직이는 여러 벌레랑 짐승이랑 물고기랑 새를 보여준 뒤, 밤에 움직이는 여러 벌레랑 짐승이랑 물고기랑 새를 보여주지요.


  낮에 움직이고, 낮에 일하며, 낮에 논다면 ‘낮벌레·낮짐승·낮물고기·낮새’가 익숙할 테지요. 밤에도 깨어 움직이거나 일하거나 논다면 ‘밤벌레·밤짐승·밤물고기·밤새’가 익숙할 테고요.



풀밭에서 사는 곤충들은 밤에도 바쁩니다. 방아깨비는 땅속에 알을 낳습니다. 왕귀뚜라미는 귀뚤귀뚤 울어 암컷을 부릅니다. 베짱이나 사마귀는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습니다. (8∼9쪽)



  수없이 많은 목숨이 이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한쪽은 낮에 바지런히 움직이고, 한쪽은 밤에 바삐 움직여요. 저마다 먹이를 찾고, 짝을 찾으며, 집을 찾아요. 저마다 삶을 찾고, 살림을 찾으며, 사랑을 찾아요.


  사람 눈에는 좀처럼 안 뜨일 수 있지만, 수많은 목숨이 저마다 제 삶과 살림과 사랑을 찾아서 어우러지기 때문에 이 지구별은 아늑하면서 따사롭고 넉넉한 품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먹고 먹히는 무시무시한 먹이사슬입니다만, 가만히 따지면 서로 얽히고 설키는 모둠살이라 할 수 있어요.



어느 동물이든 먹을 것이 없으면 살악갈 수 없습니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먹이를 잡기 위해서 낮에 돌아다니는 동물도 있고 밤에 돌아다니는 동물도 있습니다. 돌아다니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동물마다 모두 다릅니다. (28쪽)



  그림책 《동물들의 낮과 밤》을 신나게 읽고 나서, 낮에는 조용히 책을 덮고 풀밭하고 숲하고 골짜기하고 바닷가를 찾아다니면서 낮동무(낮벌레나 낮새)를 살핍니다. 밤에는 밤대로 살며시 책을 덮고서 깜깜한 밤길을 서로 손을 잡고 거닐면서 귀를 기울이고 눈을 더욱 똥그랗게 뜹니다. 낮에는 웬만한 부스럭거림도 잘 안 들리지만, 밤에는 아주 자그마한 부스럭거림도 꽤 크게 들려요. 낮에는 낮대로 파랗게 물든 하늘이며 구름이며 꽃이며 잎이며 돌아볼 수 있다면, 밤에는 눈부신 별이며 달이며, 이 밤에 돌아다니는 들쥐라든지 족제비라든지 만날 수 있어요.


  봄부터 가을 사이에는 풀벌레가 노래했고, 여름 내내 개구리가 함께 노래했다면, 겨울에는 쓸쓸하게 바람만 노래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겨울에도 찬바람 사이사이 밤새 노랫소리가 고즈넉하게 퍼지곤 해요. 낮짐승이 짓는 낮살이랑 밤짐승이 짓는 밤살이가 모여서 이루는 한살이를 가만히 생각합니다. 2016.12.3.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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