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아마 2003년인가 2004년에 작은 노트북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이 작은 노트북은 열한 해를 썼어요. 이동안 한 번도 망가진 일이 없지요. 열한 해를 쓰고 보니 차츰 느려지고 전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 더 못 씁니다. 노트북이 없이 두 해쯤 지난 요즈음 새 노트북을 아무래도 꼭 장만해야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지난 두 해 동안에는 살림돈이 늘 밑바닥을 허덕여서 노트북을 꿈조차 못 꾸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 말은 나 스스로 둘러대는 말이지 싶어요. 돈이 없어서 노트북을 못 쓴다는 핑계로 살았지 싶어요. 시골집에서만 머문다면야 노트북이 없어도 되지만, 바깥으로 일을 다닐 적이라든지, 취재를 하며 이웃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담아야 할 적에는 노트북이 있어야 합니다. 집하고 도서관학교 사이를 오갈 적에도 써야 하고요. 작은 노트북을 열한 해 동안 아무 말썽 없이 쓸 수 있던 까닭은 ‘그때에 값이 아닌 성능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새 노트북을 헤아리면서 ‘성능이 아닌 값 들여다보기’에 자꾸 매인다고 느낍니다. 값싸게 사는 물건일수록 오래 못 가서 외려 돈이 더 들 뿐 아니라, 제대로 못 쓰면서 짜증도 생기고 괴롭기도 한 줄 잊는 셈이라고 할까요. 부엌에서 쓰는 칼 한 자루도 ‘값싼 칼’이 아닌 ‘제대로 된 칼’을 써야 해요. 값싼 부엌칼을 쓰면 아침 낮 저녁으로 밥을 지을 적마다 손목이 아프고 칼질도 어려워요. 제대로 된 칼을 써야 손목도 안 아프면서 칼질이 부드럽습니다. 연필 한 자루조차 값싼 연필은 심이 쉽게 부러지고 나무도 안 튼튼해요.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자전거는 ‘값이 아닌 튼튼한 몸통’을 살펴야 합니다. 그러니까 노트북을 장만할 적에는 반드시 ‘두고두고 잘 쓸 수 있는 성능’을 보아야 합니다. 바보스럽게 고르지 말고, 슬기롭게 고르자고 다시 마음을 먹습니다. 2016.11.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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