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22. 부엌지기



  ‘부엌데기’나 ‘밥데기’라는 이름이 있다. 부엌에서 일하거나 밥을 짓는 사람을 얕잡는 이름이다. 부엌일이나 밥짓기가 나쁠 까닭이 없으나 이런 말을 꽤 옛날부터 쓴다. 부엌이 있어야 밥을 짓고, 밥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밥을 먹는데, ‘집밖일’을 우러르면서 집안일이나 가시내를 깔보는 셈이라 할 만하다. 나는 ‘-데기’라는 이름을 고쳐서 ‘부엌지기·밥지기’ 같은 새 이름을 써 본다. ‘살림꾼’도 ‘살림지기·살림님’처럼 새롭게 써 본다. 즐겁게 먹고 고맙게 먹으며 곱게 먹을 밥 한 그릇을 헤아리면서 부엌살림하고 밥살림을 우리 아이들하고 사랑스레 지으려 한다. 큰아이는 조금씩 부엌일에 가까워지고, 작은아이도 곧잘 부엌일을 거든다. 아주 작은 손길이지만 여러모로 보탬이 되는 심부름꾼, 때로는 ‘심부름지기’나 ‘심부름님’이 되어 준다. 나 스스로 ‘지기’나 ‘님’이 되면 아이들도 ‘지기’나 ‘님’이 된다. 찬찬히 살림을 지으며 물려준다. 나부터 새롭게 배우며 새삼스레 물려준다. 2016.10.29.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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