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
데이브 굴슨 지음, 이준균 옮김 / 자연과생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숲책 읽기 106



꿀뿐 아니라 밥을 베풀어 주는 작은 벌

―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

 데이브 굴슨 글

 이준균 옮김

 자연과생태 펴냄, 2016.4.4. 15000원



  데이브 굴슨 님이 쓴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자연과생태,2016)를 읽기 앞서까지 ‘뒤영벌’이라는 벌을 알지 못했습니다. 뒤영벌이 얼마나 많은 들풀과 남새에 꽃가루받이를 돕는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를 읽으며 비로소 뒤영벌이라는 벌을 깨닫는데, 저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우리 보금자리나 마을에서 피고 지는 수많은 들풀하고 남새한테 꽃가루받이를 해 주었겠네 하고 돌아봅니다.



전쟁 뒤 뒤영벌에게 또 다른 불행을 안길 발명품이 탄생했다. 보통 DDT로 알려진 화합물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은 1874년에 개발되었지만 곤충에 치명적인 독성이 발견된 것은 1939년이 되어서였다 … 1945년 무렵에는 일반인도 농약 용도로 아주 손쉽고 값싸게 DDT를 구입할 수 있었다. 잔류 기간이 길고 환경에 재앙 같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무려 20년이 더 지나서야 알려졌다. (43쪽)



  봄에 유채꽃하고 갓꽃이 필 즈음 어디를 가도 온통 벌 소리를 듣습니다. 유채꽃뿐 아니라 살갈퀴꽃이라든지 제비꽃이라든지 냉이꽃이 필 적에도 벌 소리를 들어요. 매화꽃이 피고 모과꽃이 필 적에도 벌은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무를 둘러쌉니다.


  매화꽃이 지고 모과꽃도 진 뒤 감꽃이 피거나 찔레꽃이 필 적에도 벌은 또 엄청난 숫자가 하얀 꽃송이를 둘러싸고 모여들어요. 그런데 이런저런 꽃이 피고 지는 사이에 벌이 참 많이 찾아드는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어떤 벌이 얼마나 찾아드는가까지 살피지 못했습니다.


  가을이 깊으면서 들판이 노란 빛으로 물듭니다. 여름 내내 푸르던 논은 가을에 노란 물결로 바뀌는데, 드넓은 논은 벌보다는 바람이 꽃가루받이를 해 줍니다. 꽤 많은 풀이나 나무도 벌이 아닌 바람이 꽃가루받이를 해 줄 테지요. 그러나 바람이 닿지 못하는 자리에서 피고 지는 꽃이 많고, 벌이 찾아들어서 수술하고 암술을 건드려야 꽃가루받이가 되는 꽃이 참으로 많아요.



이듬해 봄까지는 길고 긴 잠을 자며 버텨야 한다. 그러려면 여왕벌 몸속에 저장된 지방질이 많아야 한다. 몸집이 작거나 저장된 지방질이 적으면 여왕벌은 동면을 버티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높다. 또한 습한 날씨 때문에 곰팡이가 펴 죽을 수도 있고 겨울 폭우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 (68쪽)


비행하는 뒤영벌은 초당 200회 날갯짓하며, 이는 고속 회전하는 오토바이 엔진과 비슷한 속도다 … 뒤영벌은 체온을 높게 유지하려면 거의 항상 먹어대야만 한다. 배를 꽉 채웠더라도 불과 40분만 지나면 굶주리게 된다. (78, 79쪽)



  벌이 있기에 ‘벌꿀’만 얻지 않습니다. 벌이 있기에 ‘밥’을 얻습니다. 벌이 있기에 쌀이며 보리이며 귀리이며 수수이며 옥수수이며 밀이며 얻어요. 벌이 있기에 토마토에 참외에 오이에 수박에 능금에 배에 귤에 온갖 열매를 얻어요.


  그러니까 해가 따스한 볕을 베풀고, 바람이 싱그러운 숨결을 북돋우고, 비가 시원한 물을 적시고, 흙이 까무잡잡한 기운을 나누는 데에다가, 벌이 꽃송이마다 찾아들어 꽃가루를 얻으면서 꽃가루받이를 시키기에 사람도 뭇짐승도 ‘밥(곡식과 열매)’을 얻는 얼거리입니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멸종 위기 생물은 주로 호랑이나 코뿔소 같은 큰 포유류이지만 우리는 이처럼 작은 생물의 멸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곤충은 식물 수분을 돕고 사체 부패를 처리하며 생태계에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94쪽)


벌은 꿀이 많은지 적은지 빨기도 전에 미리 알고는 꿀이 없는 꽃에 내려앉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내 궁금증은 더해 갔다. (118쪽)


(사람이 꽃가루받이를 시키려면) 노동자 임금으로 지출하는 경비도 상당하다. 반면 뒤영벌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고 뒤영벌이 수정한 토마토는 사람이 수정한 것에 비해 크기도 클뿐더러 맛도 좋다. (127쪽)



  지구라는 별에서 한 가지 목숨붙이만 사라지더라도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우리가 미처 못 깨닫는 사이에 벌이 줄고 풀벌레가 사라지면 사람한테도 메마르거나 팍팍하거나 고단한 살림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 사람은 이 대목을 자꾸 놓치거나 잊기 일쑤입니다. 작은 이웃을 못 보고 맙니다. 작은 이웃을 못 알아채고 맙니다. 작은 이웃한테 등을 돌리고 말아요. 작은 이웃한테 손길을 내밀어 함께 살림을 짓는 즐거운 길로 나아가지 못하고 말아요.


  뒤영벌도 개미도 진딧물도 무당벌레도 잠자리도 나비도 모두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목숨이자 이웃입니다. 우리 집 옆에 있는 다른 집도 하나같이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웃이요, 작은 벌 한 마리도 참으로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웃이에요.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라고 하는 책은 ‘뒤영벌 학자’인 어느 영국사람이 영국에서 ‘사라지고 마는 뒤영벌’을 되살리려고 애쓴 땀방울하고 발자국을 보여줍니다. 과학 논문만으로는 ‘뒤영벌 되살리기’를 할 수 없구나 하고 느끼면서, 여느 사람들도 뒤영벌을 깨닫고 알아채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뒤영벌이 차츰 사라지는 까닭을 밝히고, 뒤영벌이 지구별 숲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가를 밝힙니다. 뒤영벌을 되살리면서 영국을 비롯해서 지구라는 별을 어떻게 가꿀 수 있는가를 보여주려고 해요. 뒤영벌뿐 아니라 ‘숲을 이루는 수많은 작은 이웃’이 사람살이에 얼마나 이바지를 하는가도 나란히 보여주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도 대규모 블루베리 경작지를 조성한 뒤로 토종 뒤영벌이 줄었다. 블루베리 개화기가 끝나면 꽃도 없고 둥지 지을 장소도 마땅치 않은 경작지는 벌에게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278쪽)


자연이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내게 크나큰 위로가 된다. 끊임없이 갈아엎지도 않고 농약이나 비료 범벅을 만들지도 않고 그저 오랫동안 내버려 두기만 하면 초원은 이런 놀라운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310쪽)


벌이 중요한 이유가 먹거리 때문만은 아니다. 벌이 수분을 돕는 각종 식물, 그 식물을 먹고사는 무수한 동물, 식물의 부패를 돕는 벌레나 쥐며느리, 식물 뿌리 근처의 흙 속에서 살아가는 세균이나 곰팡이 따위의 무수한 생명이 벌에 의존해 살아간다. (313쪽)



  뒤영벌 학자인 데이브 굴슨 님은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에서 뒤영벌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넌지시 짚습니다. ‘대규모 경작지’는 ‘대규모 수확’을 마친 뒤 벌한테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곳이 되기도 할 테지만, ‘대규모 경작지’이기 때문에 큰 기계에 농약과 비료를 안 쓰기가 어려운 얼거리가 됩니다. 뒤영벌이 꽃가루받이를 해 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을까요? 이 모든 일을 사람이 손수 하나씩 해야 할까요? 설마 ‘꽃가루받이 로봇’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요?


  아무리 훌륭한 기계가 있고 로봇이 있더라도, 땅은 해와 바람과 비와 흙이 어우러져야 살아납니다. 그리고 땅에 수많은 벌레와 벌과 나비와 짐승이 얼크러져야 하고요.


  ‘사라진 뒤영벌’ 이야기는 ‘사라진 개구리’ 이야기로 이어지리라 느낍니다. ‘사라진 제비’ 이야기로 이어질 테고, ‘사라진 여우’나 ‘사라진 나비’ 이야기로 이어질 테지요. 뒤영벌을 비롯해서 조그마한 목숨붙이가 사람들 곁에서 자꾸자꾸 삶터를 빼앗기면서 사라집니다. 이 고리를 끊고 사람뿐 아니라 뒤영벌이랑 온갖 ‘작은 이웃’이 서로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는 새로운 삶고리(생태고리)를 생각해 봅니다. 2016.9.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뒤영벌 그림은 글쓴이 '데이브 굴슨(Dave Goulson)' 님이 손수 그렸고,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보내 주어서 함께 붙일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