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16. 네가 좋아한다면



  작은아이가 조그마한 부채를 ‘내 부채’로 여기면서 갖고 다닌다. 혼자서 쥘부채를 잘 펴고 잘 접는다. 혼자서 즐겁게 부채를 부치고, 더워 보이는 사람한테 다가가서 부쳐 주기도 한다. 네 부채도 너희 부채도 아닌 내 부채가 하나 있으며 괜히 넉넉하고 즐겁다. 덥지 않아도 부채를 들고 다니면서 언제라도 더위를 쫓을 수 있다고 여긴다. 덥다고 하는 사람한테 시원한 바람에다가 즐거운 웃음을 나누어 줄 수 있으니 스스로 대견하다. 네가 좋아하니 네가 늘 쥐고 다닐 만한데, 네가 좋아해서 늘 손에 쥘 만한 놀잇감이라면 너한테 어버이가 되는 사람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물려주어야겠지. 네 손에 ‘아무것’이 아닌 ‘즐겁고 사랑스러운 것’이 있을 때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살림이 되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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