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들어도 일어나지 못하는



  이틀 내리 골짝마실을 다녀옵니다. 작은아이가 더 자라면 골짜기로 걸어서 다녀올 생각이지만 아직 많이 어리니 자전거로 다녀옵니다. 그런데 골짜기를 자전거로 다녀오면 골짜기에서 누린 시원함을 내리막에서 더욱 시원하게 맞이하면서 집에 닿을 무렵에는 땀이 하나도 없지만, 걸어서 돌아오면 다시 땀이 솟지요. 아무튼 이틀 내리 골짝마실을 하고서, 집에서는 옷장 하나와 이 옷장에 깃든 옷을 몽땅 마당에 널어서 말린 뒤에 다시 집에 들이느라 부산한 하루였습니다. 이러면서 저녁밥을 차렸어요. 내 기운은 여기까지였는지 여기까지 하고는 그대로 자리에 드러누워 새벽 네 시까지 좀처럼 일어나지 못합니다. 이런저런 소리를 귀로 듣기는 해도 몸이 일어나지 못해요. 그래도 이런 몸을 일으키는 힘은 한 가지 있습니다. 내 옆에서 잠든 아이들이 이불을 뻥뻥 걷어차서 한밤에 썰렁해 하는구나 하고 느낄 적에 ‘누운 채로 손발을 뻗어’ 이불을 찾아내어 두 아이한테 꼭꼭 여미어 덮어 줍니다. 두 아이가 갓난쟁이일 무렵 ‘아무리 고되거나 지쳤어’도 바로바로 했던 기저귀 갈기처럼, 아이들하고 얽힌 일은 내 젖 먹던 힘을 끌어내어 어떻게든 해내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사흘째 골짝마실을 바랄 듯한데, 오늘은 큰아이 자전거를 자전거수레에 싣고 읍내에 다녀와 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골짜기를 가든 읍내를 가든 자전거로 다녀오기에 만만하지 않으나 즐거운 길이 되도록 하자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더욱 힘을 내야지요.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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