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빨래하기



  그동안 되살림비누로 빨래를 했는데, 이제 되살림비누조차 안 쓰는 빨래를 하자고 생각한다. 되살림비누를 꼭 써야 하느냐 하고 곁님이 물은 지 한참 되었는데, 나는 이제서야 몸이 움직인다. 비누를 쓰지 않고도 옷을 빠는 길을 비로소 생각하고, 옷가지를 오래도록 고이 건사하면서 두고두고 입고 누리는 살림을 찬찬히 돌아본다. 세제를 쓰면 옷에 세제 냄새가 남을 뿐 아니라, 세제는 고스란히 땅과 바다로 스며든다. 되살림비누를 쓰더라도 되살림비누를 이룬 것들이 흙하고 바다로 스며든다. 빨래란, 옷만 깨끗하게 하는 몸짓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터전도 정갈하게 보듬을 수 있는 몸짓이 되어야 할 테지. 아주 마땅한 일이지만, 이 아주 마땅한 일을 어릴 적부터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내가 어릴 적에 곁에서 늘 지켜본 ‘우리 어머니 빨래’나 ‘이웃집 빨래’는 모두 ‘세제 쓰는 빨래’였고, 내가 나중에 제금을 나서 혼자 살림을 가꿀 적에 이르러 ‘되살림비누’를 처음으로 알았다. 그러나 제금을 나서 혼자 지내던 첫무렵부터 되살림비누를 알지는 않았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사람도 하나씩 처음으로 마주하면서 하나씩 배우는 동안 천천히 배워서 알았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저희 옷을 저희 손으로 스스로 빨고 말리고 개고 건사하고 입을 무렵에는 오롯이 ‘맑은 빨래’가 되도록 해야지. 오늘은 햇볕이 좋아 옷장 하나를 마당에 내놓으면서 내 옷을 몽땅 바깥에 놓고 새로 말린다. 이제부터 날마다 한 사람 옷가지를 모조리 내놓아 뜨거운 여름볕에 바싹바싹 말리려 한다. 2016.6.2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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