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집에 가자



  얼마 앞서까지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마실을 다녀올 적에 두 아이가 버스에서 내릴 적마다 곯아떨어져서 이 아이들을 안고서 진땀을 뺐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집에 닿아 자리에 눕히면 눈을 번쩍하고 뜨면서 까르르 웃으면서 뛰놀아요. 이런 일을 한두 번이 아닌 여러 해 겪는 동안 곁님이 늘 하던 말이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릴 적에 아이한테 말하면서 깨우면 알아서 잘 일어나서 버스에서 내려서 걷는다고. 나는 지난 여러 해 동안 ‘그래, 그 말이 틀림없이 맞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대로 안 하고 살았습니다. 이러다가 얼추 한 달 즈음 앞서부터 버스에서 아이한테 살살 속삭이면서 내리자고 달래 봅니다. 그러니 이 깜찍한 아이들은 버스가 멈춘 뒤에 눈을 슬그머니 뜨고는 졸리지만 똘똘한 몸짓으로 스스로 버스에서 내려서 씩씩하게 걷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읍내로 나갈 적에는 “자, 이제 내리자.” 하고 말합니다. 읍내에서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자, 이제 집에 가자.” 하고 말합니다. 부드럽고 살가이 건네는 말 한 마디로 아이들이 몸에 새로운 기운을 척척 집어넣으면서 깨어날 수 있을까요? 틀림없이 그럴 테지요. 오늘 저녁에 신문 한 부를 얻으러 읍내를 다녀오면서도 이러한 말 한 마디로 아이들을 달랠 수 있는 모습을 몸소 겪으며 빙그레 웃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렇구나. 나는 이 아이들을 앞으로 더 안아 주기 어려울 나이가 될 때까지는, 그러니까 아이들 몸무게가 내가 안기 어려울 만큼 될 때까지는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었구나.’ 하고요. 그렇지만 등에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지고 안아 주지는 말자고 생각을 고치기로 했어요. 홀가분한 몸으로 더 따스히 안고 신나게 놀자는 생각을 새로 짓기로 했습니다. 2016.6.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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