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함께 산다



  아이가 나한테 안깁니다. 내가 아이를 안습니다. 나는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를 안은 일을 거의 한 번도 떠올리지 못합니다. 우리 형을 안은 일이라든지, 우리 형이 나를 안아 준 일도 거의 한 번조차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어버이(아버지) 자리에 있으면서 우리 아이들을 날마다 수없이 안습니다. 아이들도 나한테 수없이 안깁니다.


  나는 너랑 함께 삽니다. 너는 나랑 함께 삽니다. 미우나 좋으나 함께 사는 사이가 아닙니다. 사랑을 물려주고 물려받을 사이입니다. 사랑을 가르치고 배울 사이입니다. 얘야, 네 걸음걸이가 얼마나 이쁜지 아나? 네 아버지나 어머니도 너희만 할 적에 너희처럼 뛰놀면서 까르르거리다가 자빠지다가 엎어지다가 깨지다가 얼마나 씩씩하고 똘똘하고 야무지게 뒹굴었는지 아나?


  사랑받았다는 느낌을 마음에 새기지 못했다고 여기면서 아이를 사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랑받았다는 느낌을 마음에 새기면서도 아이를 사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받았다는 느낌이 있든 없든 오늘 나 스스로 새롭게 사랑을 지으면서 웃음이랑 노래를 짓는 하루를 지을 수 있습니다. 2016.6.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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