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할 수 있어! 생각하는 분홍고래 8
사토에 토네 글.그림, 박수현 옮김 / 분홍고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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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61



하늘을 날지 못하는 아기 새는 무엇이 될까?

― 나도 할 수 있어!

 사토에 토네 글·그림

 박수현 옮김

 분홍고래 펴냄, 2016.3.20. 12000원



  아이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또, 아이들은 무엇을 할 수 없을까요?


  아이들은 저희 작은 몸으로도 할 수 있을 만한 일을 할 수 있겠지요. 아이들은 저희 작은 몸으로 도무지 할 수 없을 만한 일을 할 수 없을 테고요.


  문득 생각하자니 너무 마땅한 이야기인데, 이 마땅한 이야기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어른이 많지 싶습니다. 사회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집에서도 말이지요. 나도 아이들 앞에서 이 대목을 놓치는 일이 잦지 않느냐 하고도 돌아봅니다. 그림책 《나도 할 수 있어!》(분홍고래,2016)를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서 함께 읽으면서 이 대목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모두 알을 깨고 나왔지만, 나는 알을 깨지 못했어요. (2쪽)


모두 하늘을 날았지만, 나는 하늘을 날지 못했어요. (14쪽)



  쉰 쪽에 걸친 제법 도톰한 그림책 《나도 할 수 있어!》에는 여러 마리 새가 나옵니다. 아기 새는 여섯 마리 나오고, 어미 새는 한 마리 나옵니다. 이 아기 새 가운데 한 마리는 처음부터 알을 깨지 못했습니다. 다른 다섯 마리는 알을 씩씩하게 깨요. 다른 다섯 마리는 처음부터 ‘여느 새’처럼 ‘아기일 적부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차근차근 해냅니다. 오직 한 마리만 여느 새하고 다르게 아기일 적부터 모든 것을 하나도 해내지 못해요.


  다섯 마리는 물고기를 잡고 하늘을 날고 노래를 부르지만, 한 마리는 물고기를 못 잡고 하늘을 못 날고 노래를 못 불러요. 다섯 마리는 어미 새가 보여주고 가르치는 대로 잘 따르면서 ‘여느 새’로 무럭무럭 자랍니다. 한 마리는 어미 새가 아무리 보여주고 가르치더라도 하나도 배우지 못한 채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이러다가 일이 하나 생기지요. 한 마리 새는 끝내 무리에서 떨어져요. 어미 새랑 다른 다섯 마리 새는 하늘을 가르며 새로운 곳으로 날아갑니다. 한 마리 새는 날갯짓을 할 줄 몰라 풍선을 타고 좇다가 차츰 멀어지더니 그만 홀로 뚝 떨어졌다고 해요.



혼자 남겨진 새는 시들어가는 꽃들을 보았어요. “이제 곧 예쁜 아기 꽃이 피어날 거예요. 그런데 지낼 곳이 없어요.” “나라도 괜찮다면 내게 머무르겠어요?” (30쪽)



  스스로 먹이를 잡거나 찾는 재주조차 없는 새 한 마리는 어떻게 될까요? 이제 이 새 한 마리는 ‘약육강식 원칙’에 따라 쓸쓸한 벌판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요? 새로 태어났으면서 ‘새답지 못한’ 새 한 마리는 ‘새 구실’을 할 줄 모르니, 그저 쓸쓸하면서 조용히 죽는 길이 가장 걸맞을까요?


  그런데 바로 이때에, 새한테 말을 거는 다른 숨결이 있어요. 바로 들꽃입니다. 들꽃 한 송이는 이 새 한 마리한테 말을 겁니다.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다가오는 문턱에서 ‘어미 들꽃’은 ‘아기 들꽃’을 보살피고 싶은 마음으로 새한테 말을 걸지요. ‘새다운 살림’을 누리지 못하던 새는 들꽃이 저한테 말을 걸었을 적에 “나라도 괜찮다면 내게 머무르겠어요?” 하고 대꾸했는데, 이내 이 새는 더없이 씩씩하고 야무진 모습으로 거듭납니다.


  비록 하늘을 날 줄 모르지만, 비록 물고기를 잡을 줄 모르지만, 비록 풀벌레도 딱정벌레도 날벌레도 잡아챌 줄 모르지만, 그야말로 새로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지만, 가녀리고 작은 들꽃을 날갯깃에 고이 품어요. 매서운 추위가 찾아와도 눈이 소복이 덮여도 새 한 마리는 품에 안은 들꽃을 따스하게 보살펴 줍니다.



봄이 돌아왔어요. 거기에 새의 모습은 없었어요. 대신 꽃이 만발한 멋진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새가 있던 그 자리예요. (46쪽)



  겨우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들꽃을 보살핀 새는 새로운 봄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새가 내어준 품에서 겨울을 난 들꽃은 새로운 봄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림책 《나도 할 수 있어!》는 새로 태어났지만 새로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자그마한 숨결이 ‘다른 꿈을 키워서 다른 사랑을 마음으로 북돋아서 가꾸는 길’을 따사롭게 보여줍니다.


  새는 새로서는 더 살지 못했다고 하지만, 이 새는 ‘나무’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요. 휑한 들판을 푸르게 빛내고, 거친 벌판에 온갖 새와 나비와 벌과 짐승이 찾아와서 넉넉히 쉴 자리가 되는, 참으로 따사로운 보금자리로 다시 태어났다고 합니다.


  새는 새가 되지 못했으나, 새는 나무가 되고 숲이 됩니다. 새는 새로 살지 못했으나, 새는 꿈을 키우고 사랑을 보살핍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없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난 못해!’ 하는 마음이 아닌 ‘나도 할 수 있어!’ 같은 마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는가를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2016.6.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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