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랑말
수잔 제퍼스 글 그림, 김세희 옮김 / 봄봄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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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59



꿈을 그리려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

― 나의 조랑말

 수잔 제퍼스 글·그림

 김세희 옮김

 봄봄 펴냄, 2004.2.25. 9500원



  꿈은 어떻게 그릴 적에 이루어질까요? 다른 사람한테 “해 줘!” 하면서 조르거나 “사 줘!” 하면서 달라붙으면 이루어질까요?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면 저희가 갖고 싶다는 것을 가질 수 있을까요?


  수잔 제퍼스 님이 빚은 그림책 《나의 조랑말》을 보면, ‘조랑말 한 마리를 무척 갖고 싶은 가시내’가 나와요. 이 아이는 조랑말을 어찌나 사랑하는지, 밥상맡에도 조랑말 인형을 여럿 올려놓아요. 게다가 숙제를 하다가도 조랑말을 그림으로 그려요. 더욱이 아이 방에는 온통 ‘조랑말 그림’이에요. 아이가 바지런히 그린 ‘조랑말 그림’이 온 벽을 가득 채워요.



나는 조랑말을 갖고 싶었어요. 나는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조랑말을 갖고 싶었어요. (2쪽)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아마 도시에 살지 싶습니다. 도시에 있는 작은 집이 고작인 어버이로서는 ‘조랑말을 갖고 싶다’고 하는 아이 바람을 들어 주기 어려우리라 느껴요. 말 한 마리를 사는 값도 비쌀 테고, 말한테 줄 먹이 값도 만만하지 않을 테며, 말을 둘 자리라든지, 말이 눌 똥오줌을 치울 자리도 헤아리기 어렵겠지요.


  그러나 아이는 이 모두를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오직 ‘내 조랑말’을 갖고 싶어요. 조랑말을 타고 들판을 마음껏 달리고 싶어요. 조랑말을 타고 숲을 가르고 싶으며, 수많은 다른 조랑말에 둘러싸여서 함께 달리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이랑 어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는 마냥 조르기만 해야 할까요? 어버이는 아이더러 ‘기다리라’고만 말합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해요. 아무래도 어버이로서는 달리 어떻게 말해야 할는지 모를 테지요.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에도 나는 조랑말을 타는 꿈을 꾸었어요. 나는 이 조랑말을 실버라고 불렀어요. 실버는 얼룩무늬가 있고 반짝이는 털을 가지고 있었어여. 내가 실버를 그림으로 그리면, 마치 실버가 진짜로 보이는 것 같았어요. (5쪽)



  이러던 어느 날이에요. 아이는 여느 날처럼 조랑말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보내요. 이렇게 하루를 보낸 뒤 여느 날처럼 책상맡에서 숙제 말고 ‘조랑말 그림’을 또 그렸어요. 그런데 이날은 그림을 그리다가 그만 까무룩 잠이 들었어요. 책상에 엎드려서 잠들었지요. 한손에 연필을 쥐고,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조랑말 그림에 살며시 엎드려서 꿈나라로 갔어요.


  아이는 꿈나라에서 ‘꿈에도 그리던 말’을 만납니다. 아이가 ‘실버’라는 이름을 붙여 준 말을 만납니다. 조랑말 실버는 달빛을 받으면서 하늘을 날아서 아이한테 찾아옵니다. 아이는 조랑말 실버를 타고 달빛을 밟으면서 먼먼 하늘을 날았고, 온누리 곳곳을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돌아다녀요.


  그래요. 꿈이에요. 꿈에서 꿈을 이루어요. 늘 그리고, 늘 생각하고, 늘 마음에 품은 조랑말을 꿈에서 만나면서 ‘꿈을 이룹’니다. 아이가 ‘내 조랑말’을 갖고 싶다고 했을 적에는 ‘눈앞에서 만지는 조랑말’이라는 뜻을 넘어서 ‘마음으로 기쁘게 만나며 누리는 조랑말’이었구나 싶어요.



우리는 소나무 향기 가득한 키 큰 나무가 있고 다람쥐들이 재잘거리는 숲으로 들어갔어요. 우리는 맑은 물과 얼룩무늬 돌들이 있는 개울 위를 빨리 달렸어요. 실버랑 나, 우리 둘은 달빛 속을 여행했어요. (8쪽)



  그림책을 살짝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이는 두 가지를 해요. 하나는 “마음에 그리기”를 합니다. 그리운 조랑말을 마음으로 사랑스레 바라는 ‘그리기’를 합니다. 여기에 “종이에 그리기”를 합니다. 조랑말을 그리는 마음으로 손에 연필을 쥐고 종이에 조랑말 모습을 또렷하게 그려요. 이 ‘조랑말 그림’을 온 집안에 붙이고 늘 바라보았지요. 이러면서 아이는 두 가지 ‘꿈꾸기’를 해요. 하나는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꿈’을 꾸고, 다른 하나는 ‘밤에 잠들면서 꿈’을 꾸어요. “꿈을 꿈에서 이룬다”고 할까요? 꿈을 꿈에서 이루면서 기쁜 하루가 된다고 할까요?


  어느 모로 본다면, 아이는 ‘집에 조랑말을 두지’ 못해요. 이런 모습을 본다면 아이가 바라던 일은 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아이는 밤마다 꿈자리에서 늘 조랑말을 만나요. 어머니한테도 아버지한테도 동무한테도 말하지 않지만, 아이는 늘 조랑말을 꿈자리에서 만나요. 그러니 이 대목을 헤아린다면, 아이는 참으로 즐겁고 훌륭하며 멋지게 꿈을 이룬 셈이에요. 밤새 꿈자리에서 조랑말하고 하늘을 날고 들판을 가르면서 놀거든요.


  꿈을 이룬다는 일이란 ‘물건을 두 손에 쥐는’ 일만 가리키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꿈을 이룬다는 일이란 ‘날마다 기쁨이 넘치는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살림이리라 느낍니다.


  그림책에서 아이는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 ‘조랑말 사 달라’는 말을 이제 더 하지 않는다고 해요. 꿈자리에서 조랑말을 날마다 만나니까요. 우리가 어버이로서 아이가 마음에 품는 꿈을 이루도록 돕는다고 할 적에는 ‘아이 손에 장난감이나 어떤 물건’이 있도록 하는 몸짓을 넘어서야지 싶습니다. ‘아이 마음자리에 언제나 싱그럽게 피어나는 사랑스러운 꿈’이 깃들도록 할 수 있어야 하리라 느껴요. 2016.6.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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