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나요? 계절을 배워요 3
한영식 글, 남성훈 그림 / 다섯수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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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 하얀 봄꽃이 싱그러운 하루

― 식물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나요?

 한영식 글

 남성훈 그림

 다섯수레 펴냄, 2015.10.5. 12000원



  생강나무도 매화나무도 개나리도 참달래도 곱게 꽃을 피운 이 봄이 무르익으면서 이웃 여러 나무도 하나둘 봉오리를 터뜨리려 합니다. 꽃눈보다 잎눈을 먼저 터뜨리는 나무도 많고, 꽃눈뿐 아니라 잎눈도 아직 안 터진 나무도 많습니다. 우리 집 뒤꼍에서는 매화꽃이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 마치 눈송이처럼 흩날리는데, 이런 매화나무 곁에서 유자나무하고 감나무하고 무화과나무는 아주 천천히 새눈을 틔우려 합니다. 모과나무는 이제 막 여린 싹이 돋아요.


  가만히 보면, 일찍 꽃이나 잎을 터뜨린 나무는 가을에 잎을 일찍 떨굽니다. 느즈막하게 꽃이나 잎을 터뜨린 나무는 가을에 잎을 더디 떨구어요. 모든 나무가 꼭 이런 얼거리는 아닐 테지만, 나무마다 바라는 바람이랑 볕이랑 날씨가 다 다르네 하고 새삼스레 느끼면서 바라봅니다.



나무는 추위를 이겨 낼 포근한 옷을 입기도 해요. 꽃이나 잎이 될 겨울눈은 복슬복슬한 털옷을 입고 겨울을 지내요. (6쪽)



  한영식 님이 글을 쓰고, 남성훈 님이 그림을 그린 《식물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나요?》(다섯수레,2015)를 읽으면서 우리 집 나무를 헤아립니다. 바야흐로 봄볕이 무르익으면서 유채잎이나 갓잎은 오므라듭니다. 겨우내 잎을 넓게 펼치던 유채나 갓인데, 이제는 몸통 한복판에 곧게 꽃대를 올리는 데에 힘을 모아요. 배추도 이와 같지요. 꽃대가 오를 무렵에는 잎이 오므라들어요. 잎으로 퍼뜨린 기운을 꽃으로 모으려는 뜻이니까요.


  이즈음 동백꽃은 하나둘 커다란 꽃송이를 벌리고, 후박나무는 잎눈을 더욱 단단히 맺으면서 부풀립니다. 붓꽃은 길쭉한 잎이 올라오고, 곁에서 솔(부추)도 올망졸망 키재기를 하듯이 솟습니다. 우리 집 흰민들레가 한 송이씩 꽃송이를 펼치면서 곰밤부리꽃이랑 봄까지꽃하고 어우러지고, 앵두나무도 머잖아 발그스름하면서 하얀 꽃송이를 터뜨릴 듯합니다. 겨우내 꽁꽁 옹크리던 수많은 나무와 풀이 새롭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하루 내내 마당에서 뛰어놉니다.



풀꽃들도 저마다 겨울 준비에 한창이에요. 땅에 뿌리를 박고 겨울을 지내는 풀꽃들은 한겨울의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땅에 납작하게 붙어 있어요. (14쪽)



  겨울나기를 마친 나무는 기쁨으로 봄을 맞이합니다. 봄맞이를 기쁨으로 누리는 풀은 꽃송이도 잎사귀도 한껏 벌리면서 노래합니다. 이 봄에 마당이나 텃밭에 쪼그리고 앉으면 새로 돋은 풀포기마다 싱그러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잔바람에도 한들거리면서 춤을 추는 몸짓을 볼 수 있어요. 어느 풀을 훑어서 밥상을 차릴까 하고 살피다 보면, 이 보드라운 풀잎결이 얼마나 고운가 하고 다시금 느낄 만합니다. 맑으면서 끝에 살짝 아린 맛이 감도는 봄나물이에요.


  나비도 벌도 깨어나고, 개미도 부산스레 움직여요. 무당벌레가 하늘을 날고 까마귀떼는 사라졌어요. 직박구리 여러 마리가 아침 낮 저녁으로 우리 집 뒤꼍 매화나무에 앉아서 꽃내음을 먹습니다. 우리 집 처마에 살짝 깃드는 참새 세 마리도 하루 내내 마당하고 마을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곧 제비가 마을로 돌아와서 처마 밑에 겨우내 비었던 둥지를 손질할 테고요.


  앉은뱅이 제비꽃은 보랏빛 꽃송이를 터뜨린 지 한 달 가까이 됩니다. 냉이꽃도 저를 좀 보라면서 까딱거리고, 꽃다지와 꽃마리도 곧 이쁘장하게 올라올 듯합니다.



땅 위 줄기와 잎은 시들지만 땅속뿌리로 겨울을 지내는 식물도 많아요. 땅속은 땅 위보다 정말 따뜻하거든요. 수선화나 튤립 같은 커다란 알뿌리 식물은 물론, 도라지 인삼 쑥도 뿌리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뿌리에서 싹이 터서 자라요. (18쪽)



  그림책 《식물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나요?》에 감도는 봄빛을 돌아봅니다. 겨울나기를 하는 까닭은 봄을 꿈꾸기 때문일 테고, 겨울을 잘 나려고 잎을 떨구거나 잔뜩 옹크리거나 씨앗을 내놓는 까닭도 봄을 바라기 때문일 테지요. 사람도 가을걷이를 마치고 겨우내 조용히 웅크리듯이 보내는 까닭은 새로운 봄에 즐겁게 기지개를 켜면서 씩씩하게 하루를 짓고 싶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번데기에서 깨어나 새로운 몸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고 싶기에 겨울잠을 잡니다. 이 따사롭고 넉넉한 봄에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두 팔 벌려 자라고 싶기에 겨울나기를 합니다. 크고작은 풀벌레도, 크고작은 푸나무도, 또 어른과 아이도, 겨울을 잘 났습니다. 두툼한 옷을 한 꺼풀 벗고서 가볍고 산뜻하게 들일을 하고 집일을 하면서 살림을 건사하는 봄입니다.


  보송보송한 흙을 밀반죽처럼 주무르면서 씨앗을 심는 봄입니다. 보들보들한 나물을 훑고 야들야들한 꽃송이가 봄잔치를 이루는 곁에서 시원스레 큰숨을 마시는 봄입니다. 해가 높아지고 그림자가 짧아집니다. 빨래가 잘 마르고 송글송글 땀이 솟는 봄입니다. 올 한 해도 사랑스러운 나무와 풀을 고이 품으면서 푸른 바람을 실컷 마시자고 생각하면서 봄맞이 그림책으로 《식물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나요?》를 곁에 두어 봅니다. 2016.3.2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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