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놀이터 94. 내 꿈을 그리자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면서 가르치는 동안 아이들도 나한테서 배우지만 나도 아이들한테서 배우기 때문에 누가 교사이거나 학생이라는 틀은 거의 없다고 느낀다. 다만, 어버이인 나는 아이들보다 먼저 이 땅에서 살림을 지으니, 밥이나 빨래나 옷이나 집이나 여러 가지 일은 어버이인 내가 도맡는다. 이야기도 어버이인 내가 아이한테 들려주는 얼거리가 되는데,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이야기를 듣기를 즐길 뿐 아니라, 어버이한테 저희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몹시 즐긴다. 아이들은 저희 나름대로 겪거나 느끼거나 생각한 이야기를 조잘조잘 들려주면서 웃음을 짓는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그림을 그린다. 나는 어버이요 어른으로서 내 꿈을 그리고, 아이들은 아이요 새롭게 삶을 짓는 숨결로서 아이들 꿈을 그린다. 잘 그리는 그림이나 못 그리는 그림이란 없이, 늘 새롭게 그리는 꿈이다. 오늘 두 아이가 능금씨를 뒷밭에 심는다며 꽃삽을 들며 부산을 떠는 동안, 나는 마당에 새로 짜서 놓은 평상에 조용히 앉아서 새로운 꿈을 그려 보았다. 내가 고흥 시골에서 가꾸는 ‘사진책도서관’이 처음부터 맡은 몫이었던 모습을 비로소 짙게 깨닫고는 ‘한국말사전 배움터(연구실)’라는 이름을 함께 쓰자는 생각이 든다. 참말 그렇다. 나는 이 시골에서 한국말을 새로 가꾸면서 북돋우는 일을 하지. 나는 늘 아이들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겁게 꿈을 꾼다. 2016.3.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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