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렌지 밥



  열 해쯤 앞서였지 싶다. 가스렌지를 장만할 적에 뒤쪽에 ‘밥(건전지)’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보기만 할 뿐, 아무한테도 묻지 않았다. 들고 다니는 작은 렌지는 따로 밥을 넣지 않아도 불이 오른다. 부엌에서 쓰는 가스렌지는 따로 밥을 넣어야 비로소 불이 붙는다. 왜 그럴까?


  가스렌지를 쓴 지 다섯 해쯤 지날 무렵 가스불이 잘 안 올라왔다. 둘레에서 이 까닭을 알려준 사람이 여태 없다가 며칠 앞서 비로소 알았다. 가스렌지 뒤쪽에 있는 밥을 갈아 주어야 한단다. 밥이 다 닳으면 불이 안 올라온단다. 이리하여 읍내로 마실을 가서 가스렌지 밥(굵은 건전지)을 장만했고, 이 밥을 넣으니 불이 아주 쉽게 올라온다.


  가스렌지가 잘 안 켜져서 걱정하는 이웃이 꽤 많지 않을까? 가스렌지를 장만하는 사람한테 ‘몇 해쯤 쓴 뒤에는 밥을 갈아야 한다’고 알려주는 가게지기는 있을까? 2016.2.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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