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밥 장만하기



  우리 집은 그냥 시골집이고, 이 마을이나 옆마을을 아울러 오직 우리 집에만 아이가 있기에 ‘애들 소리 나는 집’인데, 내가 책을 많이 건사하니 ‘책집’이기도 하다. 우리가 나아가려는 길은 ‘숲집’이요, ‘사랑살림집’이다. 여기에 한 가지 이름이 더 붙을 만하니, ‘고양이집’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고양이를 키우지는 않는다. 마을고양이는 저마다 먹이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데, 우리 집 광에서 해마다 두 차례씩 새끼가 태어난다. 새끼를 낳으려는 어미 고양이가 으레 우리 집 광에 깃든다. 이러면서 다른 마을고양이도 날마다 몇 차례씩 돌담이랑 마당을 가로지른다. 우리 집 광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 가운데 몇 마리는 우리가 신을 놓는 섬돌에 앉아서 자거나 해바라기를 한다. 그렇다고 우리 손길을 타지는 않는다. 매우 가까이까지 다가서지만 쓰다듬을 안 받고, 달아나지는 않으나 다가오지도 않는다.


  우리 집이 ‘고양이집’, 아니 ‘마을고양이집’이 되면서, 우리 집에는 쥐가 한 마리조차 없다. 처음 이 시골집에 깃들어 이태째까지 천장을 기어다니는 쥐를 느낄 수 있었으나, 세 해째 접어들 무렵부터 쥐소리는 그야말로 ‘쥐 죽은듯이’ 사라졌다.


  따로 고양이한테 밥을 준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밥찌꺼기를 고양이밥으로 마당 한쪽에 놓았고, 때때로 짐승먹이(고양이사료)를 장만해서 그릇에 담아 준다. 읍내에 있는 가게에서 파는 짐승먹이가 얼마인가 헤아리니 1.5킬로그램에 9500원이다. 인터넷으로 살피니 30킬로그램에 3만 원 즈음 한다. 이렇게 값이 벌어지네. 몰랐다.


  언제나 쥐를 잘 잡아 주는 이쁜 녀석들이다. 우리 집뿐 아니라 마을 곳곳을 돌며 우리 마을에서 사는 쥐는 거의 씨를 말려 놓지 싶다. 마을 이웃집에서는 우리가 고양이한테 밥을 주는지 알까?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 집에서 고양이한테 때때로 밥을 주면서 이 아이들이 마을고양이로 오래도록 살 수 있도록 한다면, 알게 모르게 마을쥐를 쫓으면서 마을 할매랑 할배는 쥐가 곡식을 쏠아먹는 걱정을 덜어 줄 만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2016.2.2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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