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예요? 생각하는 분홍고래 2
콘스탄케 외르벡 닐센 지음, 정철우 옮김, 아킨 두자킨 그림 / 분홍고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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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24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푸는 수수께끼

― 나는 누구예요?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 글

 아킨 두자킨 그림

 정철우 옮김

 분홍고래 펴냄, 2013.9.13. 12000원



  살랑거리는 포근한 바람을 타고서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그림책 《나는 누구예요?》(분홍고래,2013)를 읽습니다.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 님이 글을 쓰고, 아킨 두자킨 님이 그림을 그린 이 그림책은 ‘내가 누구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어린이가 스스로 푸는 길을 찬찬히 들려줍니다. 성교육 지식으로서 어머니랑 아버지 몸에 있는 두 가지 씨앗이 만나서 태어나는 ‘나’라고 하는 ‘몸’을 넘어서, 이 몸을 다스리면서 움직이는 ‘또 다른 나’라고 하는 ‘넋’이 무엇인가를 찾고 싶은 어린이한테 길찾기를 들려주어요.



윌리엄은 가끔 혼자 있고 싶어요. 친구들과 뛰어 놀라는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고, 얼마든지 생각에 빠질 수 있으니까요. 생각하고 싶은데 왜 놀아야 하죠? 그리고 생각을 어떻게 멈추죠? 친할머니는 윌리엄이 안 보여도 어디 있는지 다 알아요. (2쪽)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때때로 혼자 생각에 잠깁니다. 혼자 생각에 잠기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쏟아지는 생각을 들여다보느라 바쁘니까요. 흐르는 생각을 살펴야 하니까요.


  생각을 하면서 공을 찰 수 없고, 생각을 멈추면서 술래잡기를 할 수 없어요. 나무에 마련한 오두막으로 올라가서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서 생각에 잠겨요. 나무가 베푸는 기운을 받고, 숲내음이 흐르는 오두막 기운을 함께 느끼면서 생각에 잠겨요.


  그림책을 보다가 ‘우리 집 나무도 무럭무럭 자라서 이런 오두막을 지을 수 있으면 좋겠네’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니면 우리 집을 두 층으로 올려서 다락방을 하나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네 하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우리 집 아이들이 저마다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싶어 할 적에 그곳에 깃들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테니까요.



여기 나무 집에 혼자 있는 윌리엄은 누구일까요? 윌리엄은 엄마의 꿈이 이루어진 거래요. 그렇지만 어떻게 꿈이 아이가 될 수 있죠? 그럼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누군가의 꿈이었다는 거예요? (4쪽)


외할머니는 윌리엄의 질문을 듣지 못했나 봐요. “그럼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데?” 대답은 않고 오히려 되물어요. (10쪽)




  ‘나는 누구지?’ 하고 궁금해 하는 아이는 둘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한테 이 수수께끼를 묻습니다. 두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 말씀을 여쭈고,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 말씀을 여쭙니다. 마을 형이나 누나한테 묻습니다.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은 저마다 맞닥뜨리는 삶에 맞추어 아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을 형들은 “넌 그냥 멍청이야(20쪽).” 하면서 짓궂게 놀립니다. 마을 누나는 아이 이름에 깃든 뜻이 남달리 있으리라고 넌지시 귀띔말을 들려줍니다.


  아이는 여러 사람한테 수수께끼를 묻는 사이에 어렴풋하게 알 듯도 하다고 느끼지만, 도무지 모르겠다고, 오히려 실타래가 더 엉킨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종잡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느껴요. 더군다나 증조할머니 말씀처럼 “크면 안다”고 하는 이야기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 아이는 바로 오늘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뿐, 나이가 마흔 살이나 예순 살이나 여든 살이 되어서야 알기를 바라지 않아요.



증조할머니는 윌리엄이 소중한 선물이래요.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선물이요. 자기가 어떻게 선물일 수 있느냐고 물으면 한동안 말이 없어요. 그러고는 이렇게 얘기하죠. “네가 크면 알게 될 거야.” (18쪽)


“너 이름마다 뜻이 있는 거 아니? 내 이름은 올리케야. 늑대처럼 강하다는 뜻이지. 나한테 딱 맞는 이름이야. 난 포기하지 않거든.” 어쩌면 윌리엄이라는 이름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 줄지 몰라요. 그런데 세상에는 윌리엄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아요. (23쪽)




  우리는 저마다 ‘내가 누구인지’ 얼마나 알까요? 우리는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알려고 얼마나 마음을 기울일까요? 돈을 버느라 너무 바빠서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틈이 없을까요? 그림책 《나는 누구예요?》에 나오는 아이 아버지는 일하느라 바빠서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아이 할아버지 한 분은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일(취미)에 푹 빠지느라 아이가 묻는 말에 찬찬히 대꾸할 겨를이 없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꿈’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는데, 아이로서는 ‘꿈’이 무엇인지도 아직 잘 몰라요. 어머니가 아이를 꿈꾸었기에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는 대목이라든지, 어머니한테 어떤 아이가 이 보금자리로 찾아오기를 꿈꾸었는가 하는 대목까지는 잘 모릅니다.


  나무 오두막에서 한참 생각에 잠긴 아이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할머니 한 분은 영차영차 힘을 내어 오두막까지 올라옵니다. 주전부리를 챙겨서 올라오시지요. 그러고는 아이한테 아주 쉬운 실마리를 하나 밝혀 줍니다. 아마 할머니도 할머니 스스로 누구인가 하는 대목을 새롭게 생각해 보셨겠지요. 나이가 들면 다 알 수 있다는 실마리가 아니라, 나이가 어릴 적에는 어린 숨결대로 어떤 넋이고, 나이를 먹는 동안에는 이때에 새롭게 어떤 넋이며, 나이가 많이 들어 늙은 때에는 이때대로 새롭게 어떤 넋인가를 생각해 보셨구나 싶어요.



한참 뒤 할머니가 말했어요. “어쩌면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너일지도 몰라.”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요?” “그래, 모든 것.” (26쪽)




  기쁨을 마음에 담으면 기쁨이 바로 나예요. 슬픔을 마음에 얹으면 슬픔이 바로 나예요. 웃음을 마음 가득 터뜨리면 웃음이 바로 나예요. 눈물을 펑펑 쏟아내면 눈물이 바로 나예요. 그러니까, 나는 늘 바뀝니다. 나는 늘 거듭나기도 합니다. 나는 늘 제자리걸음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뒷걸음질을 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껑충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신나게 달릴 수 있고, 고단하게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 참말 나는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 《나는 누구예요?》를 읽을 어린이가 이 대목을 어느 만큼 스스로 헤아리거나 깨달을 만한지는 알기 어려운 노릇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을 어머니랑 아버지가 아이하고 함께 읽으면서 생각을 기울이면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어머니도 오늘 이곳에서 ‘나는 누구일까’ 하고 돌아보고, 아버지도 오늘 이곳에서 ‘나는 누구인가’ 하고 되새기면서, 아이가 아이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랑을 받아서 어떤 꿈을 가슴에 품고 이곳에 태어난 넋인지 궁금하네’ 하는 수수께끼를 풀도록 도와줄 수 있으면 참으로 아름답겠지요.


  함께 생각하면서 함께 길을 찾습니다. 아직 어렴풋하더라도, 아직 잘 모르겠더라도, 서로 손을 맞잡으면서 씩씩하게 새로운 길을 걸어갑니다. 2016.2.1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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