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75] 거룩한 힘



  사랑을 사랑으로 품기에

  겨울에도 늘 봄을 꿈꾼

  새눈이 곧 터진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일 뿐이지 싶습니다. 나무는 늘 나무일 뿐이지 싶습니다. 삶은 언제나 삶일 뿐이요, 어린이는 늘 어린이일 뿐이지 싶어요. 그러니까, ‘○○는 사랑입니다’ 같은 말로는 사랑을 그릴 수 없고, ‘나무는 ○○입니다’ 같은 말로도 나무를 그릴 수 없구나 싶어요. ‘겨울눈’이라는 이름이 붙는 ‘새눈’은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부터 천천히 자라요. 더 따지고 보면 늦가을 무렵부터 자란다고 할 텐데, 이 새눈은 언제나 마음 가득 봄만 떠올리기에 봄에 피어나는 새로운 눈이요, ‘봄눈’이라 할 만하지 싶습니다. 마음속이 봄이기에 봄을 터뜨릴 수 있고, 마음속이 겨울이기에 늘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될밖에 없으리라 느낍니다. 4349.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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