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이서 걷는 날



  면소재지 우체국까지 걸어서 다녀오기로 한다. 큰아이는 조금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작은아이는 아버지랑 둘이 씩씩하게 가겠노라 한다. 작은아이 손을 잡기도 하고, 안기도 하면서 걷는다. 가는 데에 오 킬로미터 남짓, 돌아오는 데에도 오 킬로미터 남짓, 여섯 살 아이는 이 길을 듬직하면서 기운차게 걸어 준다. 집으로 돌아오니 큰아이는 늦은 낮잠을 잔다. 작은아이도 언몸하고 언손을 녹이라고 이부자리에 눕히니 곧바로 곯아떨어진다. 나는 마당에서 빨래를 걷어서 집안으로 들이고 저녁밥을 어떻게 지을까 하고 생각에 잠긴다. 434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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