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숲


  꽃이 많이 핀 곳을 ‘꽃밭’이라 하고, 풀이 많이 돋은 곳을 ‘풀밭’이라 하며, 나무가 많이 자란 곳을 ‘나무밭’이라 합니다. 나무가 우거진 곳은 ‘나무숲’이라 하고, 풀이 우거진 곳은 ‘풀숲’이라 합니다. 그러면, 꽃이 우거진 곳은 ‘꽃숲’이 될 테지요. ‘밭’은 그리 넓지 않으면서 마을에 가까이 있는 터전을 가리킨다면, ‘숲’은 퍽 깊고 넓으면서 마을하고 제법 떨어진 터전을 가리킨다고 할 만해요. 딸기밭이라면 딸기를 많이 심어서 거두는 곳이고, 마늘밭이라면 마늘을 맡이 심어서 거두는 곳이에요. ‘밭’은 바탕을 나타내기도 해서 ‘마음밭(마음이 자라는 바탕)’이나 ‘이야기밭(이야기가 자라는 바탕)’이나 ‘생각밭(생각이 자라는 바탕)’처럼 쓸 수 있어요. 그러면 ‘마음숲·이야기숲·생각숲’처럼 쓰면 무엇을 가리킬 만할까요? 마음숲을 가꾸는 몸짓이나 이야기숲이 그윽한 모습이나 생각숲이 깊다고 하면 어떤 느낌인지 가만히 그려 봐요. ‘밭’이랑 ‘숲’을 붙여서 ‘노래밭·노래숲’이라든지 ‘그림밭·그림숲’이라든지 ‘놀이밭·놀이숲’을 그릴 수 있어요. ‘책밭·책숲’이나 ‘만화밭·만화숲’이나 ‘꿈밭·꿈숲’도 그려 볼 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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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한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나 푸름이가 저마다 글을 한 꼭지씩 써서 책으로 묶으면 ‘문집(학교문집)’이라고 하는데, ‘문집’은 “글 +  묶음(책)”을 가리키는 한자말이에요. 그러니까, ‘학교문집’은 ‘학교글책’이자 ‘학교책’인 셈이에요. 한 학급 이야기를 모으면 ‘학급글책’이나 ‘학급책’이고요. 글을 모으기에 ‘글책’이라면, 그림으로 엮기에 ‘그림책’이에요. 만화를 담으면 ‘만화책’이 되고, 사진을 실으면 ‘사진책’이 돼요. 어른들은 인문 이야기를 다룬 ‘인문책’도 읽고, 시나 소설 같은 문학을 다루는 ‘문학책’도 읽어요. 우리가 사는 이 환경을 생각하도록 북돋우는 책은 ‘환경책’이고, 자연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은 ‘자연그림책’이에요. 동화를 담거나 동시를 담으면 ‘동화책·동시책’이 될 테지요. 밥짓기를 다루는 책이라면 ‘밥책·요리책’이 돼요. 텃밭을 일구거나 논을 짓는 이야기를 다루면 ‘흙책·농사책’이 되고, 노래 부르기나 악기 켜는 길을 밝히면 ‘노래책’이 되지요. 우리는 또 어떤 책을 짓거나 읽거나 나눌 만할까요? ‘꿈책’이나 ‘사랑책’은 어떨까요? 옛이야기를 다루면 ‘옛이야기책’이 되고, 도란도란 나눈 수다를 담아서 ‘수다책’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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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발


  발바닥을 굴려서 춤을 춥니다.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쿵쿵 울리기도 하고, 뒷꿈치나 앞꿈치로 똑똑 찍기도 합니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울리거나 찍으면, 이에 따라 내 몸이 움직이고, 내 몸이 움직이는 결에 따라 내 팔과 손이 홀가분하게 움직입니다. 이렇게 온몸이 홀가분하게 움직이니 ‘춤’이라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춤은 춤이로되 손을 홀가분하게 놀린다면 ‘손춤’이 될 테고, 발을 홀가분하게 놀린다면 ‘발춤’이 될 테지요. 엉덩이를 흔들면 ‘엉덩춤’이 될 테며, 허리를 돌리면 ‘허리춤’이 될 테지요. 발바닥을 굴려서 ‘발바닥춤’입니다. 두 팔로 땅을 짚고 걷거나 통통 튀긴다면, ‘물구나무춤’입니다. 머리를 흔들어 ‘머리춤’이요, 빙글빙글 돌아서 ‘빙글춤’이에요. 그리고, 또 어떤 춤을 출 수 있을까요. 꽃과 같이 나부끼면 ‘꽃춤’일 테고, 나무와 같이 서다가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결을 살피면 ‘나무춤’일 테며, 바람이 불고 멎는 결을 살피면 ‘바람춤’일 테지요. 바람 따라 흩날리는 잎처럼 몸을 흔들면 ‘잎춤’이고, 나비처럼 가벼이 팔랑거리면 ‘나비춤’이에요. 젓가락을 손에 쥐어 ‘젓가락춤’을 추고, 손에 채를 쥐고 북을 치면서 ‘북춤’을 추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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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람


  구리를 녹여서 사람 모습으로 만든 것을 본 아이가 ‘돌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쇠와 돌이 어떻게 다른가를 잘 모르고, 구리가 무엇인지 모르니 ‘돌사람’이라고 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가리키는 ‘돌사람’을 ‘쇠사람’이나 ‘구리사람’으로 바로잡아 주지 않습니다. 구리로 빚은 ‘동상’이든 돌로 깎은 ‘석상’이든 모두 ‘돌사람’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왜냐하면, 쇠붙이라 하더라도 크게 뭉뚱그려서 헤아리면 ‘돌’이거든요. 보석이나 다이아몬드도 돌 가운데 하나예요. 예부터 돌로 지은 무덤은 ‘돌무덤’이라 하고, 돌을 쌓아서 집을 지으면 ‘돌집’이라 합니다. 돌로 깎은 구슬은 ‘돌구슬’이지요. 돌을 갈아서 쓰는 칼은 ‘돌칼’이에요. 그리고 ‘돌’은 “태어나서 한 해가 되는 날”이나 “한 해 가운데 하루씩 남달리 기리는 날”을 가리키기도 해요. 아기는 ‘돌잔치’를 하고, 한글날이 올해로 ‘몇 돌째’인가를 기려요.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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