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진짜 갖고 싶어 꼬마 그림책방 24
에마 치체스터 클락 지음, 노은정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605



별똥별을 바라보며 내 꿈을 빌기

― 진짜 진짜 갖고 싶어

 에마 치체스터 클라크 글·그림

 노은정 옮김

 아이세움 펴냄, 2009.1.5. 8500원



  저녁을 먹고 나서 그림책을 함께 읽은 뒤 촛불을 켜고 책상맡에 둘러앉아서 함께 공부를 합니다. 아이들더러 잠옷으로 갈아입으라 이르고 나서 설거지를 마저 한 다음 이를 닦도록 하고는 손발을 씻깁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아버지가 이를 닦아 줍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앞서 두 아이가 마지막으로 방에서 놀 즈음 나는 겉옷을 걸치고 혼자 조용히 마당으로 내려섭니다. 캄캄한 시골집 마당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거닐면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구비진 고샅길에 켜진 등불은 우리 집 마당에 우람하게 선 후박나무가 가려 줍니다. 후박나무한테 고맙다고 말하면서 별잔치를 누립니다. 처음 마당에 내려설 즈음에는 제법 많은 별이었다면, 1분이 지나고 2분이 흐르는 동안 더욱 많은 별이 돋습니다. 꽤 많은 별이 돋으며 별잔치를 더 신나게 누릴 즈음 두 아이는 왜 아버지가 방에 안 들어오나 궁금해서 방문을 열고 두리번거리다가 마당에서 별 구경을 하는 아버지를 찾아냅니다.


  큰아이랑 작은아이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별 보러 가나 봐!” 하고 외치면서 서둘러 마당으로 내려서려 합니다. “겉옷.” 하고 넌지시 말하면 “아, 겉옷 입어야지.” 하고 노래하면서 겉옷을 챙겨 걸칩니다. 두 아이가 겉옷을 걸치며 신을 꿰는 모습을 보고는 나는 대청마루로 다시 올라서서 두 아이 장갑을 꺼냅니다.




내가 진짜 눈물까지 흘리며 앙앙거리는 커다란 아기 인형을 구경하던 바로 그때였어요. 아주 별난 게 내 눈에 띄었어요. 조막만한 판다 인형이 진열장에서 팔짝팔짝 뛰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4쪽)



  두 아이하고 마당에 서서 아주 천천히 동그라미를 그리며 거닐다가 셋이 함께 별똥별을 봅니다. 나는 별똥별을 곧잘 보지만 셋이 함께 별똥별을 보기는 오늘이 거의 처음이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참말 때마침 셋이 같은 하늘을 올려다볼 즈음 별똥별이 하늘을 하얗게 꼬리를 늘어뜨리고 가르면서 지나갔어요. 큰아이는 이때에 “소원 빌어야지. 별똥별한테 소원 빌면 다 이루어진다고 했어!” 하고 외치느라 막상 큰아이는 제 꿈을 말하지 못 합니다. 얘야, 먼저 네 마음속에 늘 흐르는 꿈부터 읊은 뒤에 그런 말을 해야 했을 텐데.


  그림책 《진짜 진짜 갖고 싶어》(아이세움,2009)를 가만히 떠올립니다. 에마 치체스터 클라크 님이 빚은 사랑스러우면서 고운 그림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참말로 참말로 갖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인데, 이 그림책을 보면 큰아이는 우리 집하고 똑같이 ‘누나’이고, 작은아이도 우리 집하고 똑같이 ‘사내’예요. 누나랑 동생 사이라는 대목에서는 똑같은데, 그림책에 나오는 동생은 무척 어려요. 그림책에 나오는 동생은 뭐든 입에 집어넣으면서 우적우적 씹습니다. 터울이 좀 진 사이라고 할까요.



나는 판다 인형을 빤히 보았어요. 판다 인형도 나를 말똥말똥 보았어요. 내가 “진짜 판다 맞아?” 하고 물었어요. 그러자 “네가 진짜이듯 나도 진짜야. 내 이름은 팅크야. 진짜 보기 드문 판다 인형이지.” 했어요. (7쪽)




  하늘을 하얗게 가르다가 사라지는 별님한테 꿈을 빌기를 못 한 큰아이를 달래면서 속삭입니다. “아버지는 꿈을 말했지. 왜 그런지 아니?” “아니, 몰라.” “별똥별이 지나가는 겨를이 짧은 듯하지만 짧지 않아. 우리가 마음속에 품은 꿈을 읊기에 넉넉하도록 지나가지. 그런데, 별똥별한테 꿈을 읊으려면 우리가 늘 꿈을 마음속에 품으면서 살아야 해. 늘 꿈을 마음속에 품으면서 살기에 언제 어디에서라도 곧바로 내 꿈을 말할 수 있어.” “아, 그렇구나. 벼리도 꿈을 늘 품으면서 살래.”


  그림책 《진짜 진짜 갖고 싶어》에 나오는 큰아이는 어느 날 어머니하고 백화점에 갑니다. 두 사람은 동생이 곧 맞이할 생일잔치에 줄 선물을 고릅니다. 아마 동생은 두 돌쯤 되겠지요? 그런데 이때에 큰아이는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 작은 인형을 봅니다. 게다가 그림책 큰아이는 인형이 저한테 거는 말을 알아들어요. 백화점 한쪽에서 이 아이는 인형하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자, 이제 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든지 입으로 척척 집어넣으면서 우적우적 씹는 동생한테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형을 주어야 할까요? 이 인형만큼은 동생한테 주지 말고 제가 가질 수 있을까요?



“이거 꼭 동생한테 줘야 해요?” 내가 물었지요. “엉뚱하기는! 동생 선물로 산 거잖아!” 엄마가 대답했어요. (10쪽)




  집에 두 아이가 있으면 아마 거의 모든 집에서 엇비슷할 텐데, 나이가 어리고 힘도 여린 동생을 더 살피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어느 집에서나 가장 어리고 여린 사람을 더 살피고 아끼며 보살피니까요. 어리고 여린 사람한테 밥을 가장 먼저 챙겨 주고, 어리고 여린 사람한테 더욱 마음을 기울이기 마련이에요.


  곰곰이 헤아리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뿐 아니라 우리 집 아이도 다른 모든 집 아이도 ‘첫째’로 태어나건 둘째나 셋째로 태어나건 똑같이 사랑을 받습니다. 몇 째 아이로 태어나든 대수롭지 않아요. 모든 아이는 오롯이 사랑을 받아요.


  그렇지만 큰아이 자리에 들어선 아이들은 ‘나 혼자 오롯이 갖거나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요. 《진짜 진짜 갖고 싶어》에 나오는 큰아이로서도 동생을 생각하며 고른 선물이지만, 동생은 뭐든지 입에다 넣기만 하니까 이 인형만큼은 동생 침으로 범벅이 되도록 하지 않고 싶을 수 있어요. 이리하여 생각을 기울입니다. 참말로 갖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꿈을 품습니다. 하룻밤을 자고 나면 이튿날 동생한테 이 인형을 선물로 주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머리를 짜내야 합니다.


  아이는 좋은 생각을 하나 떠올리고, 거의 밤을 새다시피 새로운 선물을 하나 꾸립니다. 동생이 몹시 반가이 여기면서 좋아할 만한 선물을 꾸리느라 잠을 잘 겨를이 사라지지만, 아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작은 인형을 품에 안고 함께 놀겠다는 꿈을 키우면서 기운을 내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길을 찾으며, 스스로 꿈을 짓는다고 할까요.




“아직 늦지 않았어. 내 손으로 선물을 만들어야겠어. 그런데 뭘 만들지?”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요. “아기는 뭘 좋아할까? 뭘 좋아하지?” 그러다 좋은 생각이 반짝 떠올랐어요! (16쪽)



  셋이 함께 별똥별을 바라본 오늘 밤, 별똥별을 더 찾아내지는 못 합니다. 나는 두 아이 손을 잡고 마을 한 바퀴를 크게 천천히 돌며 밤하늘 별을 내내 올려다보았는데, 쏟아지는 별빛은 실컷 보아도 별똥별은 오늘 따라 더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별똥별 하나로 반갑게 여기고 다음 밤에 다시 밤마실을 다니면서 별똥별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앞서 책상맡에 켠 촛불을 다시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큰아이는 촛불을 보면서 “촛불에서 별똥별이 보여.” 하고 말합니다. 그래 그렇겠구나, 네가 별똥별을 다시 보고 싶다는 꿈을 마음에 담으니 별똥별이 보이겠네. 그런 네 생각처럼 기쁜 꿈을 다시 마음속에 담으면서 포근히 잠자리에 들자. 아침에 새롭게 일어나서 새롭게 노래할 놀이를 헤아려 보자. 우리가 함께 지으면서 참으로 기쁘게 웃고 노래할 멋지고 사랑스러운 꿈을 별똥별한테뿐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대고 빌어 보자. 4349.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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