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일꾼



  집에서 살림을 하기에 ‘살림꾼’입니다. 살림꾼은 집일만 하는 사람을 일컫지 않습니다. 집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집일꾼’이에요. 살림을 하기에 살림꾼이라고 따로 일컫습니다. 흙을 만지면서 일을 한다면 ‘흙일꾼’입니다. 글을 쓰면서 일을 한다면 ‘글일꾼’이 되고, 책을 펴내거나 짓는 일을 한다면 ‘책일꾼’이 되어요.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한다면 ‘노래일꾼’이라 할 수 있어요. 일꾼은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살림꾼은 살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고요. 그런데, ‘살림꾼’은 살림하는 사람 가운데에서도 살림을 알뜰살뜰 가꿀 줄 아는 사람한테 붙이는 이름이기도 해요. 집안일을 이렁저렁 맡아서 한다면 그냥 ‘집일꾼’이지만, 집살림을 요모조모 아기자기하거나 알차게 건사할 줄 알면 이때에는 ‘살림꾼’이나 ‘집살림꾼’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지요. ‘주부·가정주부’는 으레 여자 어른인 어머니만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살림은 여자 어른만 하지 않고 남자 어른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자 어른하고 남자 어른이 사이좋게 함께 할 때에 한결 빛나요. 그러니 우리는 저마다 새로우면서 어여쁜 ‘살림꾼’으로 될 수 있다면 아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리라 생각해요. 434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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