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74] 걸어 봐



  같은 생김새나 말소리라 하더라도 뜻이나 느낌이 아주 다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입으로 읊는 ‘말’하고 들판을 달리는 ‘말’은 생김새가 같지만 아주 다른 낱말이에요. 낮이 지나고 찾아오는 ‘밤’하고 나무에 맺는 열매인 ‘밤’은 생김새나 말소리가 같아도 아주 다른 낱말이고요. 이리하여 이런 여러 말을 섞어서 말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걸어 봐” 하고 읊는 말을 생각해 봐요. “걸어 봐” 하고 누군가 말한다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두 다리로 길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전화를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모자를 옷걸이에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싸움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다짐을 하려고 손가락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내기를 걸어 보거나 돈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문을 꼭 잠그려고 자물쇠를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넘어지도록 다리를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이야기를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를 만한가요? 밥을 끓이려고 솥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를 수 있을까요? 말소리나 생김새는 같아도 뜻이 다른 말을 들려주는 놀이를 하면서 생각을 넓히거나 마음을 키울 수 있습니다. 4348.12.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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