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보푸리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
다카하시 노조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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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96



어머니가 짠 털옷이 사랑스러워요

― 내 친구 보푸리

 다카하시 노조미 글·그림

 이준영 옮김

 북극곰 펴냄, 2014.2.28. 15000원



  그림책 《내 친구 보푸리》(북극곰,2014)를 읽습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이 그림책을 재미있게 들여다봅니다. 털실로 짠 털옷을 입은 아이가 털실 끝자락이 살며시 풀리며 생긴 보풀한테 ‘보푸리(보풀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제 고운 놀이동무로 삼는 이야기를 즐겁게 마주합니다.



나는 이 스웨터가 제일 좋아요! 그리고 보푸리는 내 친구예요. (2쪽)




  아이한테는 보풀 하나도 동무가 됩니다. 아이한테는 조약돌 하나도 동무가 됩니다. 아이한테는 종잇조각 하나도 동무가 됩니다. 아이한테는 연필 한 자루도 동무가 됩니다. 아이한테는 장난감이나 인형뿐 아니라 병뚜껑이나 나무토막도 얼마든지 동무가 되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혼자 놉니다. 아마 집에 다른 놀이동무가 없는 탓입니다. 언니도 없고 동생도 없어요. 혼자 노는 아이는 어머니가 저랑 내내 놀아 줄 수 없는 줄 알기에 혼자 놀면서 ‘보푸리’라고 하는 새로운 놀이동무, 그러니까 ‘꿈으로 짓고, 코앞에서는 보풀 하나로 늘 만지작거리는’ 따사로운 숨결하고 사귀어요.



스웨터가 더러워지면 보푸리랑 같이 빨래를 해요. 그리고 함께 햇볕을 쬐요. (5∼6쪽)




  아이가 혼자이지 않고 여럿이라 하더라도 보푸리 같은 동무를 얼마든지 사귑니다. 아이들도 때로는 혼자 조용하거나 고요하게 놀고 싶거든요. 아이들은 서로 뒤엉켜서 얼크러져서 놀기를 즐기지만, 때때로 홀로 해바라기를 하거나 나무 밑에서 그늘을 누리면서 생각에 잠기기를 즐기기도 해요.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동무로 삼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둥둥 떠다니는 먼지 알갱이를 동무로 삼을 수 있어요. 나비를 동무로 삼을 수 있고, 풀씨나 꽃잎을 동무로 삼을 수 있어요. 모두 따사로운 동무이고, 모두 반가운 동무예요. 모두 기쁜 동무이고, 모두 사이좋은 동무이지요.


  따사로운 동무이기에 어디를 가든 함께 갑니다. 반가운 동무이기에 신나는 일이건 슬픈 일이건 모두 털어놓습니다. 기쁜 동무이기에 늘 마음을 기울이고, 사이좋은 동무이기에 언제 어디에서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놀고 싶어요.



마침내 보푸리가 걸린 곳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보푸리는 이제 털실 뭉치가 되었어요. (22쪽)



  그림책 《내 친구 보푸리》를 보면 어머니 심부름을 하던 아이가 그만 보푸리를 잃습니다. 털옷 한 자락이 어딘가에 걸려서 털옷이 그만 한 올 두 올 풀리는 줄 잊었거든요. 집으로 돌아와서야 털옷이 모두 풀린 줄 알아차렸지만 보푸리는 그만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끼던 털옷인데, 어머니가 사랑으로 떠서 베푼 선물인데, 살가운 놀이동무 보푸리가 달린 털옷인데, 아이는 몹시 서운하고 슬픕니다.




엄마가 뜨개질을 시작했어요. 털실 뭉치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어요. (25쪽)



  어머니는 아이 마음을 읽습니다. 얘야, 그 털실뭉치를 주렴, 그리고 어머니를 거들어 주렴, 털실뭉치를 다시 잘 여미어 실꾸리를 빚고, 이 실꾸리를 바늘 둘을 써서 새롭게 털옷을 지으면 되지.


  어머니는 솜씨 좋게 뜨개질을 합니다. 온누리 모든 어머니는 솜씨가 좋습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솜씨가 좋아요. 아이들은 제 어버이 곁에서 사랑스러운 손길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삶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제 어버이 옆에서 따사로운 손길을 찬찬히 느끼면서 살림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제 어버이랑 함께 지내는 보금자리에서 고운 손길을 느끼면서 시나브로 사랑을 꿈을 노래를 이야기를 하나하나 새롭게 배웁니다.


  바야흐로 어머니는 새 털옷을 짜 주었고, 아이는 보푸리를 새롭게 만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랑이요 살림이요 꿈이며, 언제나 오직 따사롭고 고운 손길로 함께 짓는 삶이며 이야기이고 노래입니다. 4348.12.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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