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69] 빈그릇



  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은 뒤에는 빈그릇을 개수대에 놓습니다. 물꼭지를 틀어서 그릇을 물로 부시고 수세미로 문질러서 깨끗하게 해 놓지요. 집이 아는 밖에서 밥을 돈을 치르고 사다가 먹으면, 이때에는 우리가 빈그릇을 치우지도 않고 설거지를 하지도 않습니다. 때로는 밥상을 그대로 놓고 일어서요. 잔뜩 어질러진 밥상까지 밥집 일꾼이 치워요. 학교에는 밥판에 밥을 담아서 밥상맡에 앉아요. 밥을 담는 판이기에 밥판이니, 밥을 담은 접시라 하면 밥접시이고, 밥을 담은 그릇이면 밥그릇이에요. 책을 놓아 배우니 책상이고 밥을 놓아 먹으니 밥상이에요. 학교에서는 밥판이나 밥접시나 밥그릇을 스스로 들고 자리를 찾아 앉은 뒤, 빈그릇을 스스로 치워요. 자, 그러면 밥을 다 먹고 빈그릇을 치우러 우리가 스스로 움직일 적에는 어느 곳에 가면 될까요? '빈그릇'이라는 말을 푯말로 붙인 곳에 빈그릇을 갖다 놓습니다. 어느 학교에 가서 밥을 먹은 뒤에 '퇴식구'라는 이름만 있어서 한동안 헤맸답니다.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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