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67] 콩물·콩젖



  서양 문화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올 적에 ‘우유(牛乳)’라는 한자말이 생깁니다. 이제는 누구나 널리 쓰는 ‘우유’이지만 예전에는 ‘타락(駝酪)’이라는 무척 어려운 한자말을 썼고, ‘타락죽’이라는 먹을거리가 있다고 해요. 그러나 소라는 짐승한테서 얻은 젖은 ‘소젖’이에요. 염소한테서 얻은 젖은 ‘염소젖’이고, 양한테서 얻은 젖은 ‘양젖’입니다. 짐승한테 붙인 이름을 앞에 달고서 ‘-젖’이라고 씁니다. 어머니가 아기를 낳아 물리는 젖은 ‘어머니젖(엄마젖)’이요 ‘사람젖’이에요. 마실거리 한 가지를 공장에서 다루어 가게에 내놓고 팔면서 ‘우유·분유’ 같은 말을 쓰기도 하고, ‘두유’ 같은 말도 나타나요. ‘분유(粉乳)’는 한국말로 ‘가루젖’을 가리키고, ‘두유(豆乳)’는 한국말로 ‘콩젖’을 가리켜요. 그런데 한겨레는 먼 옛날부터 콩을 갈아서 나오는 물을 따로 마셨습니다. 콩을 간 ‘콩물’로 ‘콩국수’도 삶지요. 콩은 소나 말이나 돼지처럼 짐승이 아닌 풀이기 때문에 ‘젖’이라는 말이 안 어울릴 만한데, 콩을 갈아서 얻은 ‘콩물’하고는 다르게 빚은 마실거리이기에 다른 이름을 붙여야 어울린다면 ‘콩젖’으로 따로 갈라서 써도 재미있어요. 4348.12.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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