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60] 버선, 발싸개, 양말



  발을 감싸는 천을 가리키는 이름이 있습니다. 지난날에는 한겨레 누구나 이를 ‘버선’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켰어요. 위에 걸치면 ‘웃옷’이고, 아래에 걸치면 ‘아랫도리’이며, 다리에 끼면 ‘바지’이고, 아랫도리에 두르면 ‘치마’이듯이, 발에 꿰는 옷이기에 버선입니다. 그런데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서양 물건이 들어오면서, 서양사람이 서양옷에 맞추어 발에 두르거나 싸는 천을 가리켜 ‘양말(洋襪)’이라는 한자를 지었습니다. ‘양(洋)’은 서양을 가리키고, ‘말(襪)’은 버선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양말 = 서양 버선’을 나타냅니다. 예부터 한겨레가 입는 옷을 한복이라고 하는데, 한복으로 갖추는 바지나 치마이든 서양 치마나 청바지이든 오늘날에도 그냥 ‘바지’하고 ‘치마’라고 가리켜요. 이와 달리 “발을 싸는 천”은 ‘버선’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양말’이라고만 씁니다. 남녘 사회에서는 이리 쓰지요. 북녘 사회에서는 ‘발싸개’라고 써요. 발을 싸니까 ‘발싸개’라 하는데, 똑같은 옷을 놓고 우리 겨레는 세 가지 말을 쓰는 셈입니다. 앞으로 남북이 하나가 되면 어떤 말을 써야 할까요? 4348.1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