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96. 싸락눈이 살포시 (2013.11.28.)



  눈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고흥에서 싸락눈이라도 밤새 쌓이는 일은 몹시 드물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은 평상에 그대로 있고, 널나무를 밟고 평상을 오르내리며 놀던 자국도 그대로 있으며, 괭이를 들고 흙을 쪼며 놀던 손길까지 그대로 있다. 싸락눈은 밤새 이 모두한테 곱게 드리웠다. 비록 아침해가 곧바로 이 모두한테 따사로이 내리쬐면서 눈을 몽땅 녹여서 하늘로 보냈지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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