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할 수 있어



  빨래터 물이끼를 걷고, 자전거에 두 아이를 태워서 골짜기에 다녀오고, 아침저녁을 차려서 먹이고,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일이 드문데, 오늘 아주 오랜만에 이 모두를 해낸다. 빨래터 물이끼를 걷은 날은 우체국에 다녀오는 일도 웬만하면 안 하려 하는데, 면소재지 우체국이 아닌 천등산 골짜기까지 달려 보았다. 팔이며 어깨이며 등이며 허리이며 안 결리고 안 쑤신 데가 없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오늘 하루 실컷 잘 놀았으니 보람차다. 나로서도 가을 골짜기를 누릴 수 있어 재미있었고, 씩씩하게 하루를 보냈구나 싶어서 대견하다. 내가 보기에 내가 대견하고, 아이들도 대견하다. 그래, 참말 다 할 수 있다. 하려고 하니 다 할 수 있다. 4348.11.1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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