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써야 하는 글



  어린이 역사책 두 가지를 놓고 겹쳐읽기를 하면서 느낌글을 썼다. 그런데 겹치읽기 느낌글만 쓰지 않고, 한 가지 책을 펴낸 출판사에서 다른 책을 펴낸 출판사에 벌인 비방 광고와 저작권 침해 이야기까지 묶어서 썼다.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를 다루는 글을 쓰자니 품이나 힘이 몹시 많이 들었고, 글을 다 써서 누리신문에 기사로 보낸 뒤 등록이 되기까지 하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기운이 빠졌다.


  꽤 많은 분들이 두 가지 책을 놓고 고개를 갸우뚱해 하거나 갈팡질팡하셨으리라 느낀다. 나처럼 두 가지 책을 함께 놓고 겹쳐읽기를 하신 분도 있을 테지만, 웬만한 분들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셨으리라 본다.


  두 가지 어린이 역사책은 어느 쪽이 더 좋거나 더 나쁘지 않다. 두 가지 책은 그야말로 다른 결로 나왔다. 하나는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서 엮은 책이다. 다른 하나는 초등학교에서 역사 보조교재로 쓰기에 좋도록 할 뜻으로 만화를 빌어서 엉뚱한 사건이 이어지며 눈길을 끌도록 하는 재미를 주려고 엮은 책이다. 누군가는 이 책이 더 마음에 들 테고, 누군가는 저 책이 더 마음에 들 테지.


  그런데, 왜 다른 한 가지 책을 낸 출판사는 비방 광고와 선전을 해야 했을까? 다른 한 가지 책을 낸 출판사는 서울대학교 출신 작가와 감수자가 있다는 홍보도 무척 크게 했다. 이 책을 사서 아이한테 안길 ‘어머니’ 입맛을 끄는 데에 ‘서울대 출신 작가와 감수자’라는 이름은 얼마나 클까?


  우리 집 두 아이가 새근새근 잔다. 나도 곧 아이들 사이에 누우려 한다. 사랑하는 아이들 사이에 누워서 아이들하고 함께 꿈나라를 노닐려 한다. 다른 사람이란 모두 우리 이웃이고, 우리 이웃이란 ‘나와 다른 숨결’인 줄 헤아리면서 어린이책을 사랑으로 엮고, 어린이책을 사랑스레 읽히며, 앞으로 이 나라를 새롭게 가꿀 아이들이 사랑을 물려받아서 기쁘게 북돋우는 길을 책마을 일꾼 모두 가슴에 품을 수 있기를 빈다. 누군가는 써야 하는 글을 다 쓰고 올렸으니 이제 마음을 놓자. 좀 쉬자. 4348.10.2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삶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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