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10.18.

 : 이제 저녁에는



낮에는 여름 못지않게 햇볕이 뜨겁다. 가을볕은 나락이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해가 기울어 저녁이 되면, 또 해가 지는 밤이 되면, 바람이 퍽 쌀쌀하다. 해가 떨어질 무렵 자전거를 타자면 긴소매에 장갑을 갖추어야 한다.


해가 떨어질 무렵 자전거를 함께 탄다. 아이들하고 별을 보는 자전거를 누리고 싶어서 해거름에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저녁에도 들은 노랗게 빛난다. 초승달은 우리하고 함께 달리고, 별이 하나씩 돋는다. 저녁 자전거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닿을 무렵 온통 캄캄해지면서 마당에서도 별이 잘 보인다.


지난겨울에 쓰고 처음으로 꺼낸 모자랑 장갑에서 냄새가 난다고 큰아이가 투덜댄다. 미리 꺼내어 해바라기를 시키거나 빨았어야 했는데 미처 못 했네. 미안해. 그래도 이 저녁에는 모자랑 장갑을 해야 하는걸. 길을 나설 적에는 냄새 때문에 안 하겠다고 하던 큰아이는 조금 달리고 나서는 바람이 차다면서 냄새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한다. 이튿날에는 다른 모자하고 장갑을 모두 꺼내어 말리고, 큰아이 모자랑 장갑을 빨아야겠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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